바우덕이. 안산에서 자리잡은 어름산, 풍물패를 보면서 알게 된 말이었다. 머리복잡한 책을 읽을 때는 시와 함께 읽으면 좀 더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이번에 잡은 시가 좀 특이했다. 시를 워낙 잘 모르다보니, 일단 시집을 만드는 출판사를 먼저 보는데, 이번에는 이 책이 먼저였다. 

      동학때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 같은 민족이고, 같은 나라 사람인데, 서로 싸웠다. 서로가 말하는 옳다는 기준이 달랐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도 같다. 바우덕이의 할아버지 이야기가 이때부터 시작된다. 할아버지- 돌이(바우덕이 아버지)와 족두리 하님(바우덕이 어머니) - 바우덕이. 이렇게 흐르는 가족사가 하나의 축을 이루고, 다른 한편으로는 바우덕이의 일이 다른 축을 이룬다. 

      바우덕이가 현재를 살아가는 하나의 직업으로 해석될 때는 좀 다르겠지만, 이 책이 시간적 대상이 되는 시기를 보면, 영화 '왕의 남자'의 공길이란 인물을 떠오르면 대충 감이 잡힌다. 비천했고 만만했다. 그냥 밟고 지나가도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존재였다. 

      어릴 때부터 함께 다닌 사당패에서 바우덕이가 되고, 줄에서 떨어서 삶을 마감하기 전에 절에서 보낸 시간까지 바우덕이의 삶은 줄타기를 볼 때의 긴장감이나 예인으로 보는 시선이 아니라 그냥 고난, 그 자체였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흐르는지 모르고, 그냥 줄타야 하는 운명가같은 것. 좀 더 인간답기 위해, 좀 더 대우받기 위해 스스로 지켜야 했던 자존감과 그로 인한 행동들은 등돌림을 당하기도 하지만, 은전 한 잎으로 남은 그녀의 삶은 애닯다. 

       이 책, 마당놀이 형식이다. 그리고, 3음보돠 2,4음보가 분위기에 따라 적절하게 분배되어 있어 읽는 호흡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게 전해진다. 실제로 읽다보면, 판소리 완창을 듣는 기분이다. 서편제로. 한으로 삭혀진 마음을 울면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무표정하거나 입꼬리에 보일듯 말듯 웃음기 머금고 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