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좀 두꺼워졌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기욤 뮈소의 글은 2시간 정도의 영화를 글로 본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읽다가 지칠까봐. 그런데, 역시, 기욤 뮈소다. 극장에 제대로 가 본 지 1달이 넘는 시간에 모처럼 좋은 영화 한편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야기들이 다시 펼쳐졌으니까. 이전 작품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목차가 좀 더 세분화되었다는 것, 그래서, 읽는 동안 이야기의 흐름 중간 다시 확인하고 싶은 무엇이 있을 때, 영화의 되감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종이에 나열된 글들이 어떤 의미를 가진 피사체로 다가온다. 이야기를 지니고, 생명력이 지닌 채. 이 책을 덮고 나면, 그냥 끝날 것 같은데, 다시 현실 속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빌리든 릴리든, 톰이라 부르든. 그 이름을 무엇이라고 부르든지.

     LA와 보스턴, 파리와 같은 익숙한 장소가 보이고, 로마는 아마도 처음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작품들이 사람관계와 사랑에 대한 절대적 인식과 빠른 전개를 통한 독자흡입이었다면, 이 책은 좀 다르다. 이전의 색채를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지만, 독자와 비평가 집단 사이에 위치한 작가의 소리가 들어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나뿐일까?^^ 

     글을 쓰는 이유와 글의 대중성 사이에 줄타기를 하는 작가들이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그런데, 마지막에 한마디로 정리되는 말. "언론에서 관심을 갖기도 전에 이 서점에서는 내 처녀작의 가치를 발견하고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었다. 그때부터 나는 새 책이 나올 때마다 늘 이 상징적인 장소에서 사인회 투어를 시작했다(p.479)." 작가와 독자의 통로역할을 해 준 서점. 그것에 대한 고마움이 있는 작가가 대중성에 대한 목마름이 있을 것 같았다. 

     이 책, 중간중간 좀 몽롱하다. 글의 제재인지, 글 속인지, 현실인지 잘 찾아가야 하니까. 어느 순간, 밀로의 말 한 마디에 '확! ' 깬다. 다시 머릿속을 정리해야 하기에. 그런데, 밝다. 그래서, 자꾸만 움츠려들기 좋은 겨울에 기욤 뮈소가 보여주는 ’레드 썬!’에 잠깐 빠져들어 행복해하는 것, 참...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