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안 읽었던 이유, 사랑과 관련한 이야기일 거라는 막연함때문이었다. 그런데, 한 해를 정리하면서 한 해와 마주보던 그 느낌을 제대로 정리하고 싶어서 읽었는데, 풋!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작은 이야기였다. 오히려 다른 이야기들이 정말 마음에 와 닿았다. ’당신이 지금 서른이라면’ 부분을 읽으면서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의지"를 잠깐이라도 불태웠다면 과장일까?^^

      잘막한 글들이 진짜 많은 생각끝에 정리되어 나온 느낌에 버릴게 하나 없는 야채를 보는 느낌이었다. 먹을 때 아삭하고, 몸에 들어가서 정말 좋은 작용을 하는 존재. 그 존재의 가벼움에 편히 다가섰는데, 막상 나중에 돌아보니 ’괜찮던데, 좋군!’하는 것들에 대한 감사함.

      책에 대한 편식을 알게모르게 심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럼니스트 김선주. 이 책의 저자약력을 보며 작가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었을 뿐, 흔한 사진 한 장 싣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들었다. 글 군데군데에서 보이는 나이 지긋한 어른이 하는 말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어투, 그런데,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시각과 자신의 담금질을 통해서 할 수 있는 '바른 말'. 매력적이었다. 내가 읽는게 아니라 앞에서 누군가 다양한 소재로 이야기해주는 느낌. 친근했다. 

      '나를 키운 8할은 사람'은 여운이 많이 남았다. 이 부분에서 책 한권을 읽게 되었는데, 과연 제대로, 잘, 읽을 수 있을까 싶다. '페미니스트에게 빚지다'를 통해서 아무리 여성운동에 관한 글들을 보아도 열렬한 운동가 혹은 담배로 인식되는 이미지만 남는 걸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다시 한 번 뛰어넘었다. 시간이 흐르면 다시 그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겠지만, 이전 시대에 공헌했던 그들에게 빚진 마음은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 누구나라면 들 것 같다. 그렇지 않다 해도, 최소한, 자신이 조금이라도 험난한 세상에 던져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드는 여성이라면, 드는 생각일 것이다.    

       언론, 정치, 분단, 나이듦, 성적지상주의, 권력에 관해서 풀어낸 말은 통렬하면서도 시원하다. 같은 분식집인데도 떡볶이 맛에 매운 달달함이 있어서 어느 순간 확~가고싶은 느낌. 이런 느낌이 이 책 전반에 배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