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사람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철저히 나의 의도대로. 그런데, 취향까지 고집할 수없기에 선택한 책이 박광수의 만화였다. 이 책을 만화라고 해야 할까 싶지만, 어쨌든, 그림이 많은 에세이집이여야 오랫동안 두고두고 읽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선물했는데, 이 책의 매력에 내가 오히려 빠져버렸다. 

      살면서, ’난 왜 이렇게 서툴지? 세련되지 못했지?’라는 생각을 한 번쯤 혹은 여러 번, 아니면 정말 많이 하고 살게 된다. 사는 방법에 서툴고, 인간관계에 서툴고, 감정표현에 서툴고, 자신의 인생 자체를 설계하는 것조차도 서툴 때. 그냥 한숨짓기에는 별 일 아닌 것 같고, 하소연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고,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그런 때. 상심의 늪에 한 발이 살짝 잠긴 것 같은 그런 느낌. 이럴 때 참 많은 위안이 되겠다 깊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 완벽하게 사람의 마음을 꿰뚫었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읽고 난 후 다시 보니, "참 서툴지?"->"다들 그래!"->"그래도, 괜찮은거야."라는 흐름으로 이야기를 그려냈다. 고단수다! 사람과 말을 통해 나누는 대화속에서 얻을 수 없는 미묘한 만족감과 행복을 작가의 글과 그림. 나의 눈과 머리가 상호교류하면서 만들어낸다.

       만화를 이런 맛에 보는구나 싶기도 하고, 만화책같지 않은 존재의 무거움에 경탄하기도 한다. 참 잘 쓰고,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 확~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