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 유신론의 구분없이 기본적으로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있다. 존재론적 가치든, 의미론적 분석이든, 소유론적 가치든. 이 책을 읽으며, 무한한 감사를 했다. 이어령 교수님에게. 살면서 솔직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나이들수록 가리고 싶은 것이 더 많아지는 것이 당연한데도 결연한 의지로 드러내주었다. 그런데, 실제로 글이 눈에 박히는 순간, 흐려진다. 알 수 없는 눈물. 이것은 단지 겨울이 다가왔다는 계절적 요인만은 아닐 것이다. 

      지인들에세 가벼운(?) 선물을 하는데, 책선물이 어렵기는 하다. 그런데, 최소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 사람이 어느 순간 손을 뻗어서 책을 읽는 순간이 최소한 10년 안에는 한 번은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며, 여러가지 책을 고르던 중, 올해만큼 행복했던 적이 있을까 싶었다. 좋은 글들이 참 많았다. 그래서, 생각이 풍부해져서 그 많은 작가들에게 감사했고, 출판할 수 있는 현실에 더 감사했다. 그런데, 이 책은 내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했다. 

      1장에서 어머니들에 관해서 혹은 어머니들에게 말하는 시인 이어령의 목소리는 담담하다. 그러면서 울먹하게 한다. 2장은 과연 미디어에 비쳤던 이어령 교수님처럼 존경감이 든다. 3장, 시라는 것이 글에서 어떤 의미인지 보이지않는 감동 속에서 '시 자체'의 위대함을 다시 발견한다. 4장, 그동안 나의 언어표현이 격앙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왜?'라는 말속에 좀 더 부드럽게 세상을 말하고 싶어졌다. 중요한 문제는 입닫고, 귀만 연채로 눈만 주시하면서 (최소한 2-3년간 대한민국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 참 많이 들었다) 보낸 시간이 어떤 가치를 지닐지 궁금해졌다. '천년의 문'. 읽는 순간, 영화처럼 다가왔다. 5장. 고백적인데, 아마도 종교가 있는(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자신의 종교적 색채 혹은 마음에 대해서 반성하게 된다. '믿는다'는 것에 대해서. 과연 종교활동 자체가 목적이었는지, 양심의 가책때문이었는지, 습관같은 것이었는지. 생활속에서 과연 그 색채가 드러나기는 했었는지.

      연말,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맞이한 크리스마스 트리불빛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환해질 정도로. 그런데, 이런 마음이 1년 내내 지속될 수 있어야 진정한 생활인이자 종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떤 의미(불교든 기독교든, 천주교든 기타 등의 종교든)의 기도든 기도할 수 있는 상황, 기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것을 생각할 수 있고 실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