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대충 살펴보는데, 잊고 있던 화학이론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오는 순간, '힘들 수도 있겠다(오랜시간 걸려서 읽을 수 있겠다는 표현)'는 생각이 들면서도 궁금했다. 하루에 한 번쯤 생각하는 것들도 아니고, 몇 년에 한 번 생각하는데, 그것도 못하겠나 하는, 그런 생각.

     재미있다. 예전에 어느 수학선생님이 부모님께 쓴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깔깔깔' 웃었던 적이 있는데, 화학속에서 삶을 산 어느 어른이 쓴 책답게 삶을 '진짜 화학적'으로 풀었다. 이론부분을 정확하게 모를 수도 있다. 그런데, 화학적 이론을 토대로 사람살이를 풀어낸 점은 오묘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예를 들면, 탄소가 혼성 오비탈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마무리 말로 이렇게 정리한다. "탄소가 조용히 자기 한 몸을 희생하여 안정을 가져왔듯이 희생과 봉사를 실천한 사람들은 자신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행복하게 느끼는 것을 감사히 여기며 거기서 많은 보람을 경험했을 테고, 그래서 또다시 희생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게 되니 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p.112-113)." 만약, 일반 에세이집에서 에너지라는 단어를 보았다면, 그냥 살아갈 수 있는 힘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에너지는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의 상관관계부터 시작하여 생각하는 어떤 것으로 느껴지니, 순간 행복한 웃음이 나오는 것을 어쩌지 못할 때가 있다.^^ 여하튼, 신기하다. 살아가는 것을 이런 이론적, 합리적, 이성적 용어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책 앞부분에도 나오는데, 이 부분, 진짜 형이상학을 손에 잡히게 말한다. "인간은 이렇게 헤모글로빈에 결합하는 산소처럼,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확실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아야 할 자리에서는 훌훌 털고 떠나갈 수는 없을까....(중략)...이번 올림픽 경기뿐 아니라 모든 세계 선수권대회를 석권하여 그랜드 슬램을 이루어낸 김연아 선수를 '강심장'이라 한다...(중략)...이제 나도 인생의 4막에 접어들면서 일산화탄소처럼 집착하지 않고 붙잡을 때와 놓을 때를 아는 '산소 같은 여자'가 되었으면 좋겠다(p.169-171)." 그리고, 지은이의 이름을 다시 보게 된다.^^ 이 긴 부분이 마음에 와 닿기도 했지만, 혹시, '과학'이라는 이름에 보지도 않을 책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이 부분, 적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