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있어도 외로운 시간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요즘처럼 누군가 단순히 부르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놓고 울며 전화하는 소리를 들을 경우가 많은 적이 있었을까? 11월은 사람들에게 마음이 가장 많이 아픈 달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을에서 겨울로 들어가는 문턱이어서 그런지, 일조량이 줄어들어 그런지, 신체호르몬의 변화에 울고 싶어지는 것인지, 어떤 과학적. 감정적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해도 결국 마음이 허해가는 그들을 보며 갑자기 이 책이 떠올랐다. 신록이 우거질 때는 아무 생각없이 조용한 감정으로 차분하게 봤는데, 초겨울의 입구에서 다시 보니 느낌이 진짜 달랐다.

      "부모와 자식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점차 멀어져가는 서로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별하는 사이가 아닐까. 우리는 골목길 이쪽 끝에 서서, 골목길 저쪽 끝으로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본다. 그 뒷모습은 당신에게 속삭인다. 이제 따라올 필요없다고(p.21)." 이 말 듣는 부모들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한없는 배신감에 이 뒷부분의 책들은 아예 안 읽지 않을까?^^그럴 것 같다. 부모 자식의 관계뿐 아니라 친한 친구와 동기간에도 이런 느낌이 드는 때가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Give and Take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래?' 이런 느낌. 사람들 생각은 좀 비슷비슷한 하다는 생각도 요즘 부쩍 든다. 분명히 시간과 공간이 다른 사람들간에 하는 이야기가 비슷하기에.^^

        지은이 잘 모른다. 중국인이고 읽다보면, 홍콩예찬론자인가 싶기도 하지만, 중간중간 중국 본토와 타이완에 대한 말들은 왠지 범상치 않아 보였다. 그리고, 끝었이 "여보세요..."라고 묻는 말은 어느 새 나에게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익숙하게 되어 버렸다. 에세이집인데 삶과 죽음의 평행성에서 삶에서 죽음을 죽음에서 삶을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지나친 희망으로 들뜨게 하지도 않는다. 차분한 빛을 발산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읽고 나면, 나도 누군가에게 손흔드는 인사보다 '눈으로 보내는 따뜻한 이별'을 할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