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조심하게 젊은이’
담배사러 가다가 슬쩍 부딪힌 노인이 남자에게 말한다.
’무엇을 조심하라는 거지?’
남자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담배를 사온다.
그리고 골목에서 검은 구를 만난다.
사람이 걷는 속도로 움직이는 구는 사람을 흡수한다.
그것을 눈으로 본 남자는 도망치기 시작한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설정인가 싶고, 다른  모든 것은 그대로 둔채 사람만 흡수하는 검은 구 이야기가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천천히 움직이는 지름 2미터 정도 되는 완벽한 구는 조금씩 조금씩 숨통을 조여온다. 
도망치는 남자를 따라 가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겪게 되는 사건들은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숨어있던 본성을 보여준다. 검은 구는 인간이 가진 강박관념처럼 천천히 하지만 끝까지 인간을 따라오고 또 여러개로 분화하기까지 한다. 
검은 구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소설은 끝까지 호기심을 자극하고 끝까지 흥미진진하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의 또 다른 모습이 충격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람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사람답다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 가장 재미있었다.
김이환 작가의 다른 책들도 한번 읽어봐야 겠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그의 글빨이라면 다른 책들도 재미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