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들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찾은 작가가 김애란이다.
역시 젊은 작가 답게 과거의 회상도 내가 살아온 현대이다.

물이 세는 지하 단칸방에 살면서도 어릴적에 산 피아노는 버리지 못하는 이야기인 도도한 생활,  혼자 살고 있는 방에 찾아온 후배와 같이 살게된 학원강사의 이야기인 침이 고인다, 오롯이 혼자 쓸 방이 없어 성탄절에도 애인과의 오붓한 시간을 위해 여기저기 다여야 하는 이야기인 성탄특선, 노량진에서 재수를 하면 독서실에서 살고 있는 여학생의 이야기인 자오선을 지나갈 때,  엄마의 강한 생활력에 관한 이야기인 칼자국,공무원 준비중인 언니, 과외를 하며 취업준비를 하는 동생의 이야기인 기도,  미로와 같은 길을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이야기인 네모난 자리들, 비현실의 세계인 플라이데이터리코더 섬의 엄마 없는 아이의 이야기인 플라이데이터리코더, 이렇게 8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다.

여기 단편 대부분에 나오는 주인공과 비슷한 처지 였거나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고, 나 역시도 그런 고민을 했었기 때문에 이 책에  공감하고 또 공감했다.
도도한 생활, 침이 고인다, 성탄특선, 자오선을 지나갈 때, 기도, 칼자국, 네모난 자리들에 나오는 주인공은 다들 비슷하다. 서로 다른 단편의 주인공이 모두 한사람이라고 해도 될만큼.
칼국수 집을 하는 엄마를 둔 여학생이 독서실에 웅크리고 재수를 하고 대학을 가서 선배를 좋아하고 그 선배와 미로같은 길에서 헤메이고 졸업은 했지만 취직은 못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과외를 하고 그러다 학원강사를 하고 자기만의 방하나를 얻고...

케이블 티비만 틀면 트랜드를 선도하는 명품 가방, 옷을 걸치고 트랜디한 곳으로  해외 여행을 떠나고 트랜디한 화장을 하고 깔끔하고 세련된 장소에서 밥을 먹는 여자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이 단편에는 브랜드 가방하나 가지지 못하고 화려하지도 트랜디 하지도 않은 도시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자들이 나온다. 티비에 나오는 화려한 삶을 보고 있으면 나만 이렇게 초라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주인공과 같이 살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