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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동서양이 통하는 미술 강연회

12월 20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문화공간 숨도에서 <다, 그림이다> 출간을 기념해 손철주 작가와 이주은 작가가 첫 공동강연회를 열었다.

<다, 그림이다>는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를 쓴 미술에세이스트 손철주 작가와 <그림에, 마음을 놓다>를 쓴 서양미술사학자 이주은 작가가 각각 동양과 서양 파트를 맡아 그림을 이야기한 책이다.

  
↑ 강연회를 알리는 포스터(좌), 현장 판매 중인 <다, 그림이다>(우)

 
↑ 강연회를 기다리는 독자들(좌), 강연회가 열린 숨도(우)

 
↑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이주은 작가

 
↑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손철주 작가

이날 손철주와 이주은 작가의 공동강연회는 미인도와 바쿠스의 2가지 주제로 이뤄졌다. Part I은 미인도였다. 손철주 작가는 중국 미인을 소개한 동양화들을 통해 동양의 미인에 대한 이야기를, 이주은 작가는 서양의 비너스(Venus)를 통해 본 서양의 미인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 19세기 작자미상 미인도를 설명하는 손철주 작가

손철주 작가는 화면에 19세기 작자미상의 미인도를 띄웠다. “당시 미인도는 대부분이 기생이었다. 어염집 규수를 그리는 것은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달덩이 같은 얼굴의 후육미(厚肉美)가 미의 기준이었다.” 이어 중국의 4대 미인인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손 작가는 중국과 한국의 미인상이 비슷했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혜원이 등장하기 이전의 우리나라 미인도는 대부분 중국의 미인들을 그린 것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는 다양한 고사와 한시를 곁들이며, 왕소군과 서시를 그린 동양화들을 소개했다. 물고기가 물 속에서 잠긴다는 뜻의 ‘침어(沈魚)’는 아름다운 여자의 고운 얼굴을 형용하는 말이다. “이 고사는 빨래를 하는 서시를 보고 물고기들이 놀랐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했다.

 
↑ 루벤스의 <파리스의 심판>을 설명하는 이주은 작가

이어 마이크를 넘겨 받은 이주은 작가는 서양의 미인인 비너스를 통해 서양의 미와 미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녀가 소개한 작품들은 루벤스의 <황금사과>, 브론지노의 <비너스와 큐피드가 있는 알레고리>, 쿠엔틴 마시스의 <그로테스크한 노파>였다.

제우스 부인 헤라,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양치기 청년 파리스를 바라보고 있는 루벤스의 <황금사과>를 보며, 이주은 작가는 “아프로디테가 상징하는 사랑은 둘 만의 관계를 의미한다” 고 말했다. 또한 <비너스와 큐피드가 있는 알레고리>는 “정신과 육체의 사랑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이 그림은 사랑의 무모하고 어리석은 속성, 사랑의 유효한 기간, 사랑에 빠졌을 때 생기는 망각 등을 포괄하고 있다는 이주은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독자들은 그림에 빠져들었다.

또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여성인 팜므파탈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이주은 작가는 “팜므파탈은 인간의 약점인 연민, 고통 등의 감정과 관련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세 서양에선 사랑에 빠지면 고해성사를 하고 용서를 구했고, 금욕을 강조했다며 당시 시대 배경을 설명했다. 팜므파탈은 악마를 섬기는 밝히는 여자라는 이유로 성적인 수모를 당해야 했던 것이다.

 
↑  진지한 자세로 강연을 듣는 독자들의 모습

이어 Part II.는 술의 신인 바쿠스에 대한 것이었다. 손철주 작가는 ‘나이듦과 노스탤지어’라는 주제로, 이주은 작가는 ‘삶과 술과의 관계’를 각각 이야기 했다.

손철주 작가는 화면에 띄운 정선의 <꽃 아래서 취해>를 보며 “가는 봄을 잡기 위해 꽃을 꺾었지만 흐르는 세월은 잡을 수 없다”고 전했다. 그리고 나서 “곧 봄이 올 텐데요. 꽃 나들이 나가시겠죠. 꺾어진 꽃 앞에 쓰러진 늙은이를 보면 먼 훗날 내 모습이구나 생각하세요”라며 유쾌하게 강연을 마쳤다.

        
↑ 술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주은 작가

이주은 작가는 연말에 술자리가 많을 텐데, 삶과 술의 관계, 술의 의미를 알아보면 좋을 것 같다며 강연을 이어갔다. 카라바조의 <바쿠스>, <병든 바쿠스>, 귀도 레니의 <바쿠스>, 에드가 드가의 <압생트>를 소개했다. “술은 마실수록 어려진다고 한다. 이는 젊어진다는 의미가 아닌 술은 스스로를 죽인다는 의미다. 그리고 재탄생하는 것이다. 자기 파멸을 통한 방향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주은 작가는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