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싶은 재미에 하루를 살았던 날들이 있더랍니다.
나는 가끔 나만 생각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시간들이 필요했지요.
절대적으로 절망적으로....바쁜 생활은 .....하루에도 수십번 감정의 곡선을 미친놈 널뛰듯
오르내렸답니다. 그때 선택한 것이, 무작정 걷는 것이었습니다. 해질 무렵 무언가에 홀린 듯 밖으로 나갔다가 젖은 어깨로 돌아와 문을 열때..와락 달려드는 허기같은 것들.
그때, 인도에 가고싶었습니다. 아마도 그즈음 서점가를 불태우던? 인도여행기들을 한 두편쯤 읽은 다음이겠지요... 
그래서,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가서 나는 무엇을 보고 왔는지, 무슨 생각을 했더랬는지 도통 기억나지 않습니다.
분명, 책 속에 나오는 마리아호텔, 그 좁고 낡은 침대에 누워 하루종일 독한 향을 피워대며 도마뱀처럼 누워도 있었고, 다질링의 전망좋은 방에서 추위에 덜덜 떨며 밤잠을 설치던 시간도 있었고, 부다가야 대탑 옆, 맨발로 보리수 나무 아래에 앉아 한없이 뜨거운 눈물 흘리던 시간도 있었고,  바라나시 한 호텔에서 입을 틀어막고 숨죽여 울던 그 밤도 있었던 것을.....이제..다시 생각납니다. 심지어, 푸리의 바닷가, 밤공기에 흔들리던 야자수 이파리와 샨티니케탄의 어둠을 가르던  반딧불 긴 꼬리와 부겐벨리아 향기까지도 그리워집니다. 망고나무 사이 문득, 잊었던 그대의 얼굴도 스쳐지나갑니다.

울지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
작가의 세심하고 따뜻한, 때로는 비정한 눈빛을 따라가다보니...나도 모르게 잊고있던 인도 풍경이 살아납니다....
오늘은 이 책을 품고 오래오래 달디단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나, 이 가을 무사히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