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http://blog.naver.com/spikebebob/120125074039 

 

아시아-태평양 이론 물리 센터(APCTP)에서 운영하는 웹진 "크로스로드"에 발표된 SF소설 10편을 묶은 창작 SF 단편집 그 네 번째 만남. 맨 처음 <얼터너티브 드림> 그리고 두번째 나온 책이지만 난 세번째로 만난 <앱솔루트 바디> 그리고 세번째 나온 책이지만 난 두번째로 만난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그리고 이제 그 네 번째 모험이 펼쳐졌다. 본격적으로 '썰'을 풀기에 앞서_

 

우선, 세 번째 이야기의 그 당황스러운 표지보다 한층 진일보한.. 그렇다고 형광 핑크를 보고 내 놀라지 않은건 아니지만 그렇다해도_!!!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를 펼칠 때마다 느꼈던 안타까움이 많이 희석되어서, 첫 장을 펼치면 만날 수 있는 여러 '존재'들의 모습을 살펴보는 잔재미도 쏠쏠하야_ 핑크와 노랑의 맞물림이 주는 시각적 피곤함(!) 정도는 내 거뜬히 감내해줄 수 있다고!!! 커버 재질이 잘 구겨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_!!!!! 표지에 좀 더 신경써준듯 하야 어찌나 고맙던지.. ㅠㅜ

둘째, 이건 아주아주아주아아주우 개인적인 민망함인데 네 번째 권의 표제에 스스로 너무 천착한 나머지 첫장을 펼치기 전까지 난_ 정말로_ 이 네 번째 이야기에 담긴 모든 이야기가 "UFO 목격담"을 소재로 하야 풀어낸 이야기던가..했더라나 뭐라나;; 그래서 첫 작품...에서는 그나마 '외계학'이란게 나와서 그러려니..했는데 두번째 작품에선 UFO가 아닌 시간여행이야기가 나와서 갸우뚱..세번째 작품은 UFO가 아니라 외계생명체/생명공학과 관련있는거 아닌... 아, 그제서야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10편의 단편 중 하나를 표제로 하고 담긴 이야기는 작가 각자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다르다는걸. 덕분에 익숙하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한 여러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건만_ 이번이 네번째 만남인데 어쩜_ 난 이렇게도 편협하게 생각하고 말았던가... ㅠㅜ 

 

하야 고마움과 민망함을 동시에 느끼며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역시나 이번에도_ 취향차에 따른 호불호가 있긴 했어도 전반적으로는 낯설기도 하고 낯익은 작가들의 무한한 상상력_ 그 중에서도 바로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허리잘린 땅의 현실을 머금고 있는_ 서문을 쓴 박상준 교수의 말마따나 "현실적 상상력"의 적나라함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날 즐겁게 해주더이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일본이든 바다건너서 날아온 유명한 작품들의 그 진귀하고도 엄청난 상상력/과학적 설정 등등에도 감탄하지만, 소소하더라도 스케일이 크지 않더라도 너무 '한국'/'일상밀착형' 소재와 전개인지라 당황스럽다할지라도 난_ 내 주변의 상황 곧 어쩌면 내가 맞닥뜨릴지도 모를 非현실/超현실적 상상력의 생생한 생동감이 느껴지는 우리네 작가들의 이야기가 좋다. 아마추어지만 SF팬을 자처하는 입장에서_ 외국의 유명 작가들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만나는 설렘을 놓칠 수 없지만, 그럼에도_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내가 숨쉬는 이 시대의 상흔을 좀 더 독특한 상상력으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가는 작가들의 번득이는 재치를 어찌 놓칠 수 있으랴~~~ 

 

아직, 우리네 장르소설 특히 SF쪽에서는 갈 길이 멀다는 것도 알고 있다. 

유치하다거나 기시감이 짙다거나 뭐 이런저런 선입견/편견이나 '핑계'가 있겠지만_ 나 역시 그런 점을 감안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행간에 담긴, 거칠지만 순수하고 살짝 젠체하는듯 하면서도 귀여운 우리네 작가들의 실질적이고도 현실적인 상상력의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나니_ 좁은 의미의 SF를 선호하긴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의 SF 곧 환상성과 여타 장르소설과의 연계성 높은 이야기들과 만나는 재미도, 일상이 찌들어 굳어버린 내 상상력과 감성을 일깨우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비록.... 어떤 평론가가 그랬더라.... 우리네 장르 소설의 시점/화자가 상대적으로 너무 1인칭 주인공 시점에 사로잡혀서 좀 더 다채로운 맛이 필요하다고 했었는데_ 처음엔 이 명제를 갸우뚱~했던 나도 이제껏 꽤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니 왜 이런 말을 했는지_ 살짝 이해가 되는듯 싶다. 보다 다채롭고 다각적으로_ 세상과 미래 그리고 꿈을 향한 입체적인 시선을 위해선 좀 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는게 좋겠지. 아직은........ 과도기라 생각하지만 / 과도기가 너무 길어져버리는게 아닌가 살짝쿵 두렵기도 하지만 / 앞으로 보다 많은 작가들이 보다 많은 독자들과 만나게 된다면_ 보다 다양한 시선들을 선뵐 수 있을테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보다는... 단편선말도 장편작들이 많아지길 바라는데 말이지..... 

몇몇 작가들의 책이 날 즐겁게 해주긴 했지만 긴 호흡을 지닌 장편이 아니라 옴니버스 스타일의 이야기를 모아놓거나 다른 지면을 통해 발표되었던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들이 많아서 아쉬울 수 밖에. 시점의 다각화와 함께 호흡의 길이가 좀 더 길어진다면_ 물론 이제껏 많은 작가들이 여러 시도를 통해 꽤 가시적인 진전을 이룬 것도 사실이지만 이짝 이야기의 色과 틀에 좀 더 관심 갖고 있는 팬으로서_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_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쩜 아직도 '너무' 요원할지도 모르겠지만_ 뭐, 언젠간 가능하지 않겠어..?!?!? @.@

 

경직되지 않는 유연한 상상력으로 나의 무기력하고 무채색의 삶을 조금이나마 경쾌하게 해준다면_

나로선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게다~!      

 

 

  우주와 그녀와 나    김  린 

이 외계인들이 지구에 온 목적은 경고를 위해서라고 사료됨. 이들의 의도를 해독한 바에 따르면 앞으로 이삼십 년 안에 지구에 대형 운석의 충돌 내지는 대규모 지각 변동이 있을 가능성이 크며, 이대로 있다가는 인류를 비롯한 지구 생물종의 90퍼센트가 멸종하는 대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했음. 이는 단순한 우연적 사건이 아니라 현 지구 인류의 업보에 대한 우주적 질서의 반영이라고 함. 외계 문명권 내에서는 이 사실을 지구인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격론이 벌어졌고 오랜 논의 끝에 현 인류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론을 내려 이들이 파견된 것으로 추측됨. 그러나 여전히 현재의 지구인류는 차라리 멸절되는 것이 우주 환경의 보존을 위해 나을 것이라는 반지구파 세력도 만만치 않음을 밝혔음.

이 사실이 일반에 알려질 경우 대단한 혼란이 우려되므로 극비에 부칠 것을 권고함.

p 22

인류의 절대적이든 상대적 가치가 다분히 이기적인 욕심에서 시작되었다고 믿는 나로선, 곧 이 지구에 존재한 최악의 바이러스가 바로 인류라고 생각하는 나로선...비록 내가 인류의 한 개체지만 참...지구와 이 자연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기에.... 왠지 저저저저 반지구파들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나 역시도 인류의 일부이기에 이런 식으로 인류의 KARMA를 푸는게 참... 가슴 아프기도 하고... ㅠㅜ 하지만 역시_ 마지막 순간에는 나도 '생존'을 위해 울부짖겠지..... 제발 우리 살려주세요오~ >_<

음 뭐 이건 이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하게 된 내 망상(!)이고_ 외계고시라든지 외교학과라든지 외계어라든지 외계교환학생이라든지_ 우리의 일상과 접해있으면서도 '外'의 낯섦을 한껏 머금은 여러 설정들이 꽤 재미났던_ 다만 마지막의 그 상황은.... 에, 무협소설인가?! 영웅과 그를 돕는 미녀... 뭐 조오금은 도식적으로 흘러가버려서 좀 식상하기도 했더라나 뭐라나. 그럼에도_ 주인공을 둘러싼 현실의 재인식 과정은 비록 전형적인 영웅소설의 그것을 따라간다 하더라도 / 알고보니 비범한 능력이 있었다..라는 설정도 포함하야 / 지구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_ 인간이 바이러스가 되지 않도록, 우리의 업보때문에 이 세상이 망가지지 않도록 일말의 양심(!)과 책임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진실'이지만 많은 이들이 외면하고 도외시하야 슬픈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해줬던 이야기.

 

 

  시공간 - 항(港)    백 상 준  

인간들이란. 자신들이 신을 본떠 창조됐다고 믿으면서 다른 종족들은 철저하게 무시하지. 우리 조상들이 지구를 대표하는 생명체였을 땐, 그저 토굴 속에 살던 두더지 같은 존재였었으면서. 저들은 아직 시간여행을 할 자격이 없었어. 최소한 저들 우주의 인간들은 말이야.

p. 76

시간여행 그리고 평행우주 등등의 익숙한 소재들이 대거 등장했건만 이야기의 방향/전개를 살짝 달리하야 나름 흥미로움을 잃지 않았던 이야기. 조오금 핀트가 어긋나긴 하지만_ '평행우주'라 하면 설명이 곁들여지면 그나마 알듯말듯 하면서도 혼자 읽어내려가면 복잡다단하야 결국 좌절하고마는(!) 양자역학이 떠오르며 그렉 이건의 <쿼런틴>이나 일본 애니메이션 중 꽤 짙은 인상을 남긴 <노에인> 등등이 퍼뜩 떠오르는데_ 현재의 내가 내린 선택 하나로 수많은 시공간 속 '나'의 미래가 순식간에 바뀌어버리는_ 아, 깜냥이 부족하야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도 읽다보면 무슨 말인진 알겠는데_ 으흠, 내가 과연 어떤 입장이느냐에 따라 이 상황의 먹먹함을 받아들이는게..... 입장만 다를뿐 생존의 기로에서 별다를게 있으랴... 나 역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과거와 미래를 바꾸기 위해_ 그 누구의 것이든 현재를 바꾸려 시도할테니... 방법을 놓고 도덕론을 왈가왈부하기에는..글쎄_ '자격'이라.... 무식하면 용감하다, 란 말이 떠오르면서도 무지하기에 저지를 수 있는 것을... 그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인 것을..... ....그저, 내가 속한 이 사회의 무지함에 나도 모르는 사이 젖어들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_ 무지 속에 함께 있다면 이 조차도 그저, 헛된 희망일 뿐일까.

 

 

  수련의 아이들    듀 나 

자신의 단편선집뿐만 아니라 다른이들과의 작업에도 쉼없이 참여하는 바지런한 작가 듀나의, 형용하기 힘들지만 그 기기묘묘함이 애틋함과 연결되어 생존을 위한 사투와 생명의 탄생이 엇갈리며 결합된_ 어떤 면에서는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하며 자극하는_ 상당히 작가중심적인 환상이지만 그 이끌림이 썩- 나쁘지 않은, 그러면서도 왠지모르게 입안 한 구석 씁쓸하면서 불쾌한 비릿함이 느껴지는건_ 내가 잘 모르는, 내 상상력으로는 떠올리는데 한계가 있는 '생명체'에 대한 불안함 때문일랑가. 여튼_ 하나의 시점에서 벗어나 중층적인 시점을 보여주며 이야기의 긴박감을 놓지 않는건 역시 작가의 관록이 아닌가, 싶다. 근래 그의 또 다른 작품선집인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도 독서를 마쳤는데, 어찌보면 듀나의 SF/판타지 이야기는 듀나 특유의 맥락/분위기를 형성하며 나름의 영역을 꽤 구축한 상태가 아닌가.....가 '어찌보면'이 아니라 그동안의 시간을 생각하면 "당연"한겐가. 작품이 나오면 반가워하며 앞뒤 안 가리고 내달려 이야기를 갖고 오는 작가는 아니지만, 항상 그의 이야기가 궁금한 것은 듀나 특유의 그_ 비릿하면서도 날것 그득한 독특한 상상의 세계_ 우리의 현실을 발판으로 삼아 생성된 새로운 우주의 이질적인 매혹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물구나무서기    김 현 중 

그러나 그 이야기를 하면서 전에 생각해 보지 못했던 몇 가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 중의 하나는 말하자면 인생에서 도전을 요구하는 어떤 순간은 내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다가온다는 것이었다. 내 감정따위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그것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나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겁이 나기 시작하면 이미 결과는 패배 쪽으로 기울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히 나에게 도달하기 전에 운 좋게 잠깐이라도 생각할 여유가 있다면, 결국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것의 냉혹한 걸음걸이일 뿐 그 순간 자체와는 별 상관이 없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 순간이 되면 해야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성공이냐 실패냐를 결정짓는 주사위는 온 우주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데, 그건 어차피 하느님부터 나까지 모두가 공용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p. 147

남들 다 할 수 있는 물구나무서기를 못하는 것_ 남들 할 수 없는 투시 능력이 있는 것_ 투시를 못 해도 다 볼 수 있는 검은 옷의 사내_ 투시를 할 수 있지만 볼 수 없는 검은 옷의 사내 얼굴_ 어째, "등가교환"인가.. 싶은 이 설정은 한 사내의 정체성을 둘러싼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룬게 아닌가....싶지만서도 사실 이 단편모음집에서 가장 힘들게 읽었던 이야기다. 작가가 낯설기도 해서 더 그랬던 걸까..? 어린 시절의 일화와 특수 능력과의 상관관계를 짚어나가며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결국_ 삶에서든 죽음에서든 용기를 내지 못한 채 회피하기만 하는 인간의 졸렬한 단면을 보여주며 결국_ 모든 것은 자기 손에 달려있다,는.... 아 이런 식의 해석은 너무 過한 것일지도;;; 그치만 그냥 갸우뚱~하고 있기만은 왠지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이래저래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보긴 했지만... 역시, 알쏭달쏭할 뿐... 으흠 알듯말듯한 이 이야기, 그 구성은 꽤 흥미로운데 말이야... 언젠가 꼬옥 다시 한 번 음미해 봐야겠다~!!!

 

 

  백중 (百中)    김 창 규 

인공지능이 '죽는다'고 표현할 날은 아직도 멀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은 사람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  차이가 뭔지는 나도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저렇게 금방 반응하는 거야말로 아직 인공지능이 '죽을'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감정을 숨기고 반응을 억제한다. 반장처럼. 나처럼. 그런 면에서 서낭이나 제 힘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아직 귀신이다. 귀신들은 단순하고 감정변화가 솔직하지 않던가. 비록 그 모든 게 살아 있는 사람들의 흉내에 지나지 않느다고 해도 말이다.

p. 192

형사와 이 '유령' 서낭 콤비를 보고 있자니~ 아아아아 이 사람들(!)도 그 누군가(! 누굴까~~아요오~)가 상상해낸 이야기 속 주인공들처럼 시리즈로 계속 사건을 풀어나간다면 어떨까~~!!! 싶은데_ 시리즈물로 계속 만난다면, 그러면서 인공지능 아니 '유령의 진화'까지도 다룬다면 정말정말 흥미롭지 않을까!!! 아 그러면 인간은 퇴화하는건가;;;; 여튼 왠지 내러티브가 낯설지 않아~ 했더니만 아하~! 한창 재미나게 읽었던 / 읽고 있는- 이라고 해야하는데 '판타스틱' 이 웹진으로 옮겨진 다음 새로 시작한 연재분은 1회분 밖에 못 읽었;;; ㅠㅜ 으으으 나의 게으름의 끝이여~~ / <세라페이온>의 작가시구나~ 그 엄청난 상상력의 내공이 이 작품에서도 살풋- 깃들어진듯도?! 하지만 아무래도 단편이다보니 전개의 제약이 있을 수 밖에_ 그럼에도 24절기 가운데 존재감이 희미..한 "백중"을 제목으로 내세운 센스는 역시_ 김창규 작가란 생각이 드는건 그냥, 내 생각일 뿐..?!?! =.=;;;  한여름 농사일을 잠시 쉬며 망혼제를 드리는, 스님들의 하안거가 끝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_ 그래서... 주인공 형사의 상황에 맞춰 제목이 그리 정해진 것인가_ 싶은데 뭐, 더 정확히 알고 싶다면_  특히 이 '유령' 서낭의 정체가 알고 싶다면 직접 한 번 읽어보시랍~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    조 나 단 

세상은 (처음에도 말했지만, 너무 거창하다면 이 사회라고 해둘게요) 이슈를 따라서 움직여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본능적으로. 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말예요. 그 이슈가 또 다른 이슈를 만들어 내고 다시 본능과 사적인 이익을 위해 보다 큰 이슈가 만들어지죠. 이슈의 지속적인 재생산인 거예요. 누가 조종하는 것도 아니건만, 그것은 스스로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모두들 그 흐름에 반응하면서 따라가요. 본능과 이익을 위해 유기적으로 말예요! 물론 부조리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그걸 부정하지 못하고 부정할 생각조차 안 해요. 그 유기적인 흐름에 부응 못하는 사람들이 (민재 씨 같은 사람들 말예요) 보기에 그건, 그야말로 완벽하게 자발적인(?) 음모론이었던 거예요.

p. 206-207

자아, 과연 그럴까..?

....그럴지도 모르지.. 여튼_ 이 표제작은 표제작이 될 만큼 무척 흥미로웠다는건 사실~! @.@b 이 단편을 읽고 한동안 출근길에_ 이야기 속에 그려진 딱 그 곳은 아니지만 회사가 그 근처라, 왠지 지하철에서  개찰하고 계단을 올라오다보면 문득 혹은 무의식적으로 쳐다보는 하늘에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더라나 뭐라나. 그리고 무엇보담도_ 흔히들 생각하는 UFO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접근이 아주아주아주 도식적이지 않아서, 단어 그 자체의 '미확인'이란 점을 확대시켜 상상력의 범주를 제한하지 않았던 점이_ 어찌보면 그게 무척이나 당연하건만 UFO하면 떠오르는 그 경직된 연상이 아이러니하게도 이 이야기의 흥미로움을 더욱 짙고 깊게 만든게 아닐런지~!  21세기의 어느 해와 22세기의 어느 해_ 지구 특히 서울의 상공에서는...... ....그래, 이런 목격담이 아닐거라 누가 장담하리오~ ^_^ 이론적 토대 설명에서는 좀 먹먹해지기도 했지만 아무렴 어때~ 작가의 말마따나 "과학의 이기가 일상이 되면 경이로움은 상식으로 남을 뿐"(p.216)인 것을... 바로 내 곁에 있는 스마트폰처럼, 말이지.  

 

 

  사랑 그 어리석은   정 보 라 

좀..많이.. 섬뜩..했던....... 뭐랄까, 어떤 면에서는 극단적인 외곬수의 슬픈 사랑 이야기랄 수 있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여성 작가의 시점이 주는 단순화된 극단성이 좀... 무섭기도 하고_ 아예 재단된 설정이라 생각해버리면 편하리라 생각했는데, 그.럼.에.도.불.구.하.고. 예나지금이나 앞으로나(!) 스토커기질 다분한 이런 사람은 무섭다고;;;; 그나저나 정보라란 작가 이름이 낯설지 않는데~ 했더니만 <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에 <은아의 상자>란 단편을 실었던 작가더구마이~ 그러고보니 그 작품에서도 '집착'이 꽤나 진득하니 그려졌는데 이번 단편에서도..?!?!? @.@ 그럼에도_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통해 크고 작은 상처를 입고 또 갈수록 그 상흔을 제대로 보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_ 단순히 스토커의 사랑이라 치부할 수 없는 무섭고도 서늘한 이야기....

 

 

  달에게는 의지가 없다    나 병 우 

처음에는 제목의 "의지"를 "意志"라 생각했는데 읽고 있자니 "義脂"(아, 이 依가 아니었던가;;)일수도 있겠다..싶은, 지구중심적인 사고에서 그 주위를 하염없이 돌 수 밖에 없는 달의 상황도 처량하니 여겨지기도 했고 또_ '의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나_ 이야기 속에 그려진 미래의 사회상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의 헛헛함과 그리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 더더더더더더 텁텁해지기도 했고_ 담겨진 이야기 가운데 가장 민감하고 적나라하게 사회문제를 건드리며 SF의 사회학/정치학을 꽤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한다. 가장, 오락적으로 그리고 가장, 적나라하니 현실의 문제를 파헤치고 고발하는 SF의 역학을 _ 말이야. 그래서인지 <디스트릭트 9> 등등의 영화와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같은 여러 작품이 떠오르면서 (아 이건 '달'때문에 더더더 그런 것일테지..?!?!? ) 상당히 시각적 효과가 높기에 영상화되길 바라마지 않기도_ 하지만 아직은 좀 힘들겠지..? 슬프군.... 달에게는 의지(義脂)가 없다면 우리 문화 풍토에는 의지(意志)가 없다..... 쩝.    

 

 

  전화 살인    설 인 효 

추리극의 외양을 띄고 있는 작품으로 / 뭐, 제목에서부터 그 느낌이 물씬~ / 소재면에서의 차용 외에는_ 장르적 속성이 살짝 희미..하긴 하지만 뭐_ 아무렴 어때~ +.+ 흥미롭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을 뿐더러 사회적 약자에 대한 뭇사람들의 이중적 작태에 대한 뜨끔~ 반성을 하게 만든 이야기...로, 추리를 풀어나가는 작법이... 음, 나뿐만 아니라 엔간~한 사람들에게도 범인이 딱- 감이 올 수 밖에 없었다는건 일.부.러. 작가가 그렇게 장치한게 아닌가..싶기도. 그게,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하는 그 '메세지'를 보다 극명하고 두드러지게 하려는 의도가 아닐까_ 비록 그 메시지가 다분히 진부하다 할지라도_ 우리 모두 무의식적으로 차별에 동참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 우리 모두 그 공범인지도 모르니까, 우리 모두_ 무심코 한 행동으로 누군가에게 울분을 사게 되었는지도 모르니까. 내가 하지 않았어_ 내 잘못이 아니야_해도 결국, 크고 작든간에 내가 이 세상에서 저지른 모든 일의 원인과 결과에 지나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그저_ 한 세상 살아가는 존재일 뿐_ 마지막에서 언급된 義란 결국, 세상의 중심이라 착각하는 미물의 헛된 욕심일지도 모르지.  

( 음.. 어째... 자꾸 너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게 아닌가...저어되기도 하네 그랴;;

뭐, 아무렴 어때~ So Be It~ So It Goes~ 그런게지, 그렇게 가는게지~ )

 

 

  관광지에서    박 성 환 

이곳에 혹은 이때에 처음 왔을 때부터 짜증을 낸 것도 그래서였다. 그는 자신이 가이드에게 신경질을 내는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했다. 가이드는 이 관광이라는 이름의 시간여행이 그에게 주는 불편함을 환기시키는 표지판이었으니까. 그는 살아 있는 붓다를 무슨 구경거리인양 관광이랍시고 보러 오게 된 것도 불편했고, 부처님과 보살님들의 신통한 영험과 가호를 강조하는 한국 불교의 독실한 불자인 그의 어머니가 가슴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부처님과 이곳에서 실제로 대면하게 될 붓다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멀지 생각만해도 불편했다.

많은 해외 Sf들에서 시간여행이 종교와 연결될 때에는, 신앙하던 것이 실재하지 않을 경우 인간의 충격과 혼란이 이야기되곤 했다. 그러니까 서구 기독교적 관점에서의 근본적인 불안과 공포의 반영으로서. 그는 쓰게 웃었다. 그가 직면한 문제는 정반대였다. 우리는 과연 실재하는 것을 신앙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인간은, 그때까지 신앙하던 것의 실존을 확인했을 때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p. 333

개인적으로 참 ~ 정말 ~ 매우 ~ 좋아하는 작가, 박성환이란 사람이 보여주는 신선한 소재의 뒤틀림과 유려한 상상력의 세계란 언제나 날 설레게 한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단번에 홀딱- 빠진건 아니었는데 말이지;;; 어찌저찌 계속 그의 작품들을 접하다보니 점점_ 시나브로_ 그의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가 또또또 궁금해지더란말이다. 어쩜 작가의 관심분야가 내 취향과 꽤 넓은 교집합을 이루고 있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바로 이 이야기처럼_ 우리 어무이가 불교신자셔서 그런지 어쩜, 이 상황이 현실로 가능하다면 이야기 속 화자는 바로 다름아닌 내가 될 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기시감 혹은 동질감?!?!? 나 역시 그가 느낀 불편함에 이 시간 여행의 초반 설정을 헛헛해했으며 나 역시 그런 여행길은 미덥지 못했을 것이고 나 역시_ 아니 어쩜 그와는 달리, 그런 경험을 겪더라도 이성과 종교 사이에서 내 자만을 이성의 힘으로 덮어씌워 무지와 몰이해를 감추려 할런지 모르겠다. 지금이야 내가 '그의 이야기'와 '그의 어머님의 미소'를 인지하고 상상할 수 있기에_ 오롯이..는 아닐지언정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_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 또 다른 자만에 빠진 것인지도 모르지. 그래서 어쩜... 이런 여행을, 한 번 경험해보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_ 아이러니하게도. 지나간 과거가 있기에 현재의 문명이 세워진 것이라 생각하기에 관광이든 학술이든 시간여행'따위'가 그 시간의 무게를 제대로 가늠할 수 있을쏘냐~ 하긴 하지만_ 이야기 속 '그가 느낀 희열과 깨달음'을, 단순히 활자를 통한 간접 경험이 아니라 내가 직접 경험할 수 있다면_ 무지의 또 다른 이름인 나의 자만과 졸렬한 비겁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지 않을까... 조오금이나마, 나도 모르는 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순수하니 오롯이 나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그런_ 순간이...될까...싶은, 내 기회주의적 비겁함의 또 다른 얼굴, 핑계....  ㅠㅜ

 

그래도 정말, 궁금하다...... 역사의 중요한 순간이라 여겨지는 바로 그 때를 내가 직접 목도하게 된다면, 특히 이와같이 종교적으로든 종교사(史)적으로든 매우 중요한 순간에 간접적이나마 동참하게 된다면_ 과연, 어떤 느낌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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