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차대전에서 살아남은 우수한 군견들의 자손들이 세계로 퍼져, 베트남 전쟁이나 아프간 전쟁, 미소 냉전, 우주 개발, 마피아의 항쟁, 소련 붕괴 등 1990년까지 일어난 다수의 사건들과 얽히고 관계한다. 인간이 쌓아 올리는 역사의 뒤편에서 인간의 도구로 이용당하면서도 본능에 따라 열심히, 씩씩하게 살아가는 개들의 드라마.

 

그런데, '당신은 이 작품을 픽션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도 그것을 인정한다. 그런데 과연 이 세상에 논픽션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표지를 넘기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이 문장.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단순히, 이 책을 막 읽기 시작하는 독자들에게 사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임을 당부해 두려는 의도였을 뿐일까. 나는 아직도 그 의미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지만, 이상하게 머릿속에서 이 문장이 떠나지 않는다. 후루카와 히데오라는 작가의 책을 읽는 것은 처음이지만, 개에게 호소하는 듯한 시적인 문장이 독특하고, 스토리텔러로서도 상당히 독창적인것 같다. 요는, 지금껏 접해본 적 없는 상당히 생소한 스타일의 소설.

 

책의 후반부 쯤 되면, 개들의 계보가 첨부되어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을 정도로, 이미 어느 개가 누구의 자손이였던가 하는 혼란도 있지만, 정리해서 생각해보면, 원조가 된 3마리의 군견과 우주개로서 최초로 하늘을 난 소련의 개 라이카, 2 대째인 벨카와 스트렐카가 이야기의 큰 열쇠로 활약하고 있다.

 

시종일관, 얼어붙은 시베리아의 대지에서 전개되는 총격전 한가운데에 서있는 것 같은 긴장감이 이야기 안에 흘러넘치고 있는 대신에, 서정적인 면은 전무하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묵직한 작품을 읽었다는 기쁨과 함께, 다 읽을 무렵에는 가벼운 피로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지만, 걸작인 것은 틀림없다. 그나저나 앉아 엎드려도 제대로 못하는 우리집 바보개가 이걸 좀 읽고 배울수 있으면 좋을텐데.

 

1960년 8월, 스프트니크 5호를 탄 두마리의 개가 우주로부터 귀환했다. 수컷의 이름이 벨카, 암컷이 스트렐카였다.
개여, 개여, 너희는 어디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