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순간, 자신의 본 모습을 깨닫기 위해서 삶이 일곱 번이나 반복된 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누구나 자신이 저지르는 소소한 잘못과 실수들에 대하여 그리 너그러울 수 있을 텐데, 이미 지극히 하나의 시선만으로 성장한 어른들에게는 코웃음밖에 안 되는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좀 다르다. 어느 날 하루가 일곱 번 반복이 되는 건 맞는데, 그래서 잘못된 무언가를 고친다는 것도 맞는데, 그 일곱 날을 거쳐 퍼즐을 맞춘다는 게 좋다. 살면서 내가 가진 퍼즐만 잘 지키고 내가 놓은 자리가 바로 내 퍼즐이 위치할 자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그 이기심 때문에 다른 퍼즐들은 엉키고 성키게 되었던 것이다.

 

죽음으로 인해서, 나를 제외한 다른 퍼즐들의 아픔을 볼 수 있다는 어쩌면 잔인한 저주일지도 모른다. 주인공 사만사는 살아있을 때 자신이 멋지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매일 잘나가는 친구들과 재미난 일에, 그리고 학교 최고의 매력남을 남자친구로 둔 자부심에, 타인에게 잔인하게 굴어도 용납되는 인기인의 특권에, 물론 졸졸 따라다니는 동생이 귀찮게 하기도 했고 찌질 한 어렸을 적 동네 친구가 스토커마냥 자기를 따라다녔지만 말이다. 청소년들에게는 우상처럼 멋있는 삶인데, 어른들이 보면 사만사를 앉혀 놓고 “있잖아……. 네가 하는 행동들이…….”이렇게 설교를 좀 하고 싶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때는 알지 못했고 그때는 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고 꼭 너는 미리 알았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나 같은 어른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은데…….

 

저자는 이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대신 사만사를 죽인다. 죽음으로서 끝나지 않은 기묘한 죽음. 그렇다. 자신의 잘못은 자신이 바로 잡아야 한다. 그 안에서 실수를 깨닫고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슴에 담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 그것이 바로 어른이 되기 전에 아이들이 배워야 할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과는 다르게 살 거라고 언제나 이뤄지지 않을 소망을 되뇌며 현실의 아픔을 잊곤 하지만, 이건 정말 잔인하다. 죽었는데 다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물론 주인공 사만사 킹스턴에게는 잔인하지 않은 고마운 기회이겠지만 말이다.

 

언제나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이 있다. 삶은 영원하지도 그리고 마법처럼 환상적이지도 않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 각자가 그리 괜찮은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 말이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한다. 우리가 아주 사소한 일에서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며 통찰할 수 없기 때문에 말이다. 무심코 던진 한 마디와 행동에 생사가 걸려있었던 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헤아리기까지 눈을 뜨면 그날, 다시 또 그날을 반복해야 했던 여주인공의 심정을 고스란히 따라가다 보면 그녀처럼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분노가 사그라지기도 전에 모든 걸 포기하고는 하고 싶은 대로 원이 없이 망가져도 보고, 결국은 가라앉은 남은 감정인 슬픔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큰 결심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