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코는 안도 미아코의 죽음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같은 장소에서 사람을 기다리다 이틀연속으로 살해를 시도했다는 범인에 대해 아무런 방향을 잡기가 힘들었다. 미아코가 살해당하기 하루 전날 바로 그 장소에서 나오코 또한 범인에게 걸려들었고, 간신히 도망쳐 나와 살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오코는 그 사실을 아버지를 비롯한 주변에 알지지 않았고 그때문에 다음날 마이코가 살해당했다고 자책하는 것, 과연 그 사실만 가지고 나오코가 죄가 있다고 말할수 있을까? 인생중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울 나이인 10대의 아이들, 그렇지만 그 아이들은 행복하지 못한다. 왜 누가 그들을 불행의 늪으로 끌어들인 것일까? 왜 그들 자신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일까?

살해당한 학생이 다니던 하나자와 고등학교의 보건교사 진노 나오코는 학생들에게 충실한 상담자이자 휴식처 역활을 해주시는 분이다. 그런데 진노 교사만이 살해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무언가 비밀을 간직하는듯한데,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유리기린]은 살해당한 안도 미아코가 쓴 동화이며 잠시의 내용을 살펴보니 재미있었다. 동화속에는 범인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는데, 거리에서 갑작스레 살해당한 소녀가 자신의 글안에 그런 내용을 남긴다는 말은 그 살해 자체가 계획된 사건이라는 말을 암시해준다. 그것도 당한 소녀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 그 죽음은 자살일까? 아니면 타살이라 이름지어야 할까? 

노마 나오코, 안도 마이코, 나오루 사야카, 한장의 사진속에 남아있는 그들의 다정한 한때 모습, 죽은자는 사라지고 산자는 그렇게 살아남아 또 다른 시절을 향해 달음박질을 쳐간다. 위태롭게 느껴지던 고3을 지나쳐 그들이 가장 아름답다 여기는 대학이라는 곳으로. 안도 미아코가 죽은지 1년이 지났다. 안도 미아코의 살해범이 아직 잡히지 않는 가운데도 세월은 흘러갔고 그 아이는 잊혀져 갔다. 보건교사 진노선생은 범인에 대해 어떤 것을 알고 있는 것이며 왜 그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인지, 나오코의 아버지의 추리를 통해 진노선생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언제쯤 진노선생은 사건에 대한 진실을 털어놓게 될까?

안도 마이코가 유리로 된 기린이라면 진노 선생은 얼음으로 만든 인형이었다. (261)

"설명해 주십시오. 결국 그 애의 죽음은 뭐였습니까? 아니, 그보다 선생님은 범인이 어디의 누군지 알고 계시는 겁니까?" (272)

안도 마이코. 구보타 우리에. 그리고 범인. 이 비뚤어진 삼각형에 또 한 명 추가될 인물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니라 나오코였다. (286)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과 죽고 싶어하는 사람의 만남. 이것은 사랑하고 싶어하는 남자와 사랑받고 싶어하는 여자의 만남처럼 자연스럽지 않나? (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