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팔팔하고 싱싱한 20대들이고 멋을 부리고 싶은 나인지라 옷도 화려하고, 속칭 말해서 깔삼해 보인다. 이런 학생과 폐지를 줍는 노인분들이 함께 거리를 누비는 것을 보면, 묘한 대조와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이제 편안히 여가를 보내야 할 어르신들은 완전 무장?을 한 채 폐지하나라도 더 주우려고 땅바닥을 보고 걷고,싱싱한 젊은이들은 이름도 모를 회사의 테이크 아웃 커피를 쭉쭉빨며 생기가 넘친다.

 

물론 내가 젊은이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한 때의 젊음이기 때문에 즐겨야 한다.내가 기분이 안 좋은 것은 어르신들이 하루 몇 천원 벌려고 매연과 공해가 난무하는 도로가를 누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 비탈진 음지는 1970년도 경에 나온 소설을 개작한 것이라 한다. 무려 40년 가까이 지났지만 소설속 복천영감이 가난에 속박당하는 것과 빈부의 차이가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 그것도 내 눈앞에서 말이다.

복천영감은 시골에서 소작을 하다 도저히 살아갈 수 가 없어 남의 소를 훔쳐 판 돈으로 서울로 상경한다. 그리고 칼갈이,땅콩장수,쓰레기 선별,등짐장수 등 온갖 일을 하지만,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서울사람들의 사기와 폭력 기만등에 의해 몸과 정신이 피폐해 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조정래 작가는 가히 한국적 정서를 언어로 눈에 보이는 듯이 표현을 하는 것 같다. 가난한 복천영감의 일상을 토속적 어휘와 전라도 사투리로 아주 맛깔나면서도 가슴 한쪽이 아련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복천영감으로 대변되는 빈민층 사람의 일상을 구체적이고 리얼하게 그려낸다. 작가는 도시화로 인해 서울의 모진 인정과 그 속에서 연대나 유대감을 잃어버린 도시민의 삶도 보여주고, 그 속에서 시골을 떠난 사람들이 어떤식으로 빈민층으로 내려가는지도 보여준다.

 

한 편 작가는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도시의 몰인정과 소외현상을 농촌공동체 정신으로 이겨낼려는 자세를 보여준다.복천영감이 가난과 외로움으 굴레에 힘들어 할 때 복천영감은 시골의 따뜻한 인심과 풀내음나는 풍경을 상상하며 잊으려 한다.

이 책은 1970년대 나왔지만 소설 속 모습이 마치 그대로 뚝 잘라나온 것처럼 다시 재생되고 있다.

내가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복천영감과 겹친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최소한 풍족하지는 못하더라도 노후를 먹고 살 걱정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가능한지 물음을 이 사회에 던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