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서 특이할 만한 점은 그, 그녀, 요한의 삼각 관계이다. 그는 그녀와의 연애 문제를 요한에게 찾아가 해답을 구한다. 그보

다 더 그녀의 심리상태를 잘 꿰뚫고 헤아리는 요한은 그들의 관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나중에 요한이 자살을 기도한 

요양원에 있을 때 그와 그녀는 켄터키 치킨에 앉아 왠지 모를 서먹한 감정을 느낀다. 결국 그들의 관계는 요한이라는 한 변이 빠

지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와 그녀는 끝내 맺어지지 못하고 요한과 맺어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여기서도 '그' 없

이 그녀와 요한만으로는 완벽한 관계를 이룰 수 없다. '그'와 깊은 우정을 나눈 요한에게서 '그'의 모습을 본 그녀는 요한을 따라

일본으로 가서 아이를 낳고 결혼하게 된다. 즉, 요한 속에 '그'라는 존재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그들의 관계는 둘만의 관계가 아닌

그, 그녀, 요한의 삼각 관계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특이할 만한 점은 '소설 속의 소설' 구도이다. 책의 마지막에 있는 Writer’s cut을 보면 결국 앞에 나온 내용은 요한

이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지나치게 통속적인 사랑 이야기로 흐를 뻔한 것을 이 '소설 속의 소

설' 구도로 인해 어느 정도 만회한 느낌이다. 사람들은 희극보다 비극에 더 약하다. 대부분 해피엔딩을 선호하긴 하지만 이런 결

말은 잠깐은 만족을 줄지언정 쉽게 잊혀진다. 하지만 비극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다. 그래서 작가도 해피엔딩으로 끝난

이야기를 다시 뒤집어 슬픈 결말로 끝낸 것은 아닐까? 작가의 의도적 연출이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아쉬웠던 점을 논하자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

그녀, 요한의 삼각 관계는 <상실의 시대>의 와타나베, 나오코, 기즈키의 삼각 관계를 떠올리게 하고 영혼이 병든 나오코와 못생

긴 외모로 인해 마음이 병든 여주인공은 상당부분 닮아 있고 또한 허무하고 냉소적인 등장 인물들의 말투 역시 <상실의 시대>와

비슷하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면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점은 앞으로 작가가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모를 지닌 사람 vs 그렇지 못한 사람>과 같은 지나친 이분법적인 대립 구도 역시 공감하기 어려웠

다. 물론 80년대 어렵고 고단했던 우리의 자화상을 그린 소설이다 보니 <가진 사람 vs 못 가진 사람>과 같은 대립구도로 이야기

를 전개할 수 밖에 없었겠지만 미인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추앙 받는 것은 아니고 외모가 조금 부족해도 다른 여러 가지 매

력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인기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과거와 달리 정형화된 미인보다는 개성 있고 매력 넘치

는 차별화된 미인을 선호하므로 오늘날의 독자들은 이런 대립 구도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