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분화로 인해 고립된 산이 무대가 되었던 월광게임에 이어, 이 작품에서는 망망대해에 떠있는 섬이 무대가 됩니다. 섬에 세워진 모아이상의 '진화하는 퍼즐'을 풀고 보물을 찾아달라는 마리아의 부탁을 받은 아리스와 에가미 선배는 같이 섬으로 가게 되지만, 보물찾기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3년전의 익사 사고에다 섬에 도착한 다음날 밤부터 계속 이어지는 연쇄살인에도 휘말리게 됩니다. 여기에 보물은 또 보물대로 찾아야하고. 그 과정이 450페이지 남짓한 소설에 몽땅 들어가 있으니, 이래저래 숨돌릴 틈 없이 바쁜 셈이네요.

 

   . 사실 범인이 누군지 찍기는 정말 쉽습니다. 나오는 등장인물이 꽤 되기는 하지만, 애초에 제대로 된 동기를 가질만한 사람은 한 사람 밖에 없거든요. 거기다 다음 작품인 '쌍두의 악마'를 읽은 분이라면 마리아를 그렇게 만들 정도로 충격을 줄 인물이 몇 안된다는 것도 짐작하셨을테고요. 하지만 원래 신본격류에서 '대충 누가 범인일 것 같다' 정도의 짐작은 그다지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트릭을 풀어서 어떻게 그렇게 된 것인지를 맞추는 것인데, 이 소설의 트릭은 작가 스스로도 '정신없이 복잡하다'고 말할만큼 복잡하고 인위적입니다. 좀 무리수를 뒀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_-; 특히나 모아이 퍼즐에까지 이르면, 과연 이렇게까지 해서 문제를 푸는 독자가 있을까 싶기까지 하네요. 전작 월광게임의 다잉메세지가 떠오르는 그런 퍼즐이었지요. -_-;;;;

 

   . 하지만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난해한 트릭을 제시한 대신 최대한 공정한 승부를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순문학을 하는 작가들까지도 서술트릭을 거리낌없이 차용하는 시대에, 그 흔하다는 반전 한 번 사용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와의 정면대결을 고집하는 것이지요. 독자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건 기본이고 뒤통수를 치는 일도 없이, 클로즈드 서클을 배경으로 과학수사나 외부의 개입 같은 조건들도 엄격하게 차단하는 등 승부에 방해가 될만한 모든 요소들은 스스로 배제해버리고요. 그저 이 트릭을 풀면 너의 승리, 풀지 못하면 나의 승리라는 깔끔한 규칙. 아직까지는 트릭이 좀 더 자연스러웠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결국 다음 작품인 쌍두의 악마에서는 작가의 이런 고집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게 되니 이 책에 만족하지 못하신 분들께는 '강력'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