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서른의 의미가 미국에서는 좀 더 앞당겨지는 모양이다. <스물여덟,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라는 여행 에세이집이 애절해 보이는 건 국경을 초월한다. 어디서 어떻게 여행을 했는지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이맘때 이러한 기분으로 떠나는 여행이란 언제나 많은 사연과 다양한 인연을 만들어 내니 말이다. 여행에서의 갖가지 에피소드보다는 그 마음, 떠날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이 더 와 닿은 책이었다.

 

그럼 이 여행은 누가 떠난 걸까? 뉴욕 미디어업계에서 고군분투를 하는 세 친구, 제니퍼와 할리 그리고 아만다이다. 유쾌하고 시크한 언니들이 뭉쳐 4대륙을 걸쳐 배낭을 들고 여행을 한 셈이다. 이를테면 <섹스 앤 시티>의 언니들이 이십 대의 마지막을 보내는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싶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의 미디어 거물 <제리 브룩하이머>가 드라마 판권 계약을 마쳤다고 한다.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 이후에 치유 여행 에세이가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과 사랑을 받는 이유는 현실이 그만큼 삭막하다는 증거일 터이다.

 

다만 이 에세이집이 다른 에세이집과 다른 것은 친한 친구들이 모여 함께 간 여행이라는 점이다. <써니>가 우리나라에서 고교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처럼 친구라는 존재는 한 개인의 삶에서 어쩌면 가족만큼 중요한 존재들일 지도 모른다. 순수하게 오로지 즐겁게 놀 던 시절로 돌아가서 어울리고 부딪히고 깨닫고 배우는 진정 제대로 된 놀이 말이다. 더러는 이십 대에는 홀로 여행을 떠나보라지만 어쩌면 가장 외로운 때가 이십 대가 아닐까. 이십대에는 홀로보다는 이들처럼 ‘함께’하는 여행, 참 보기 좋다.

 

창문 하나 없는 사무실의 탁한 공기에서 햇살이 좋은 지도 모른 채 보내는 시간과 배낭을 짊어지고 대륙에서 대륙으로 9만 6,000킬로미터를 여행하는 시간이 선택을 할 수 있는 문제라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현실을 버티는 내성은 결코 한 개인에게 적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충전’이라는 말이 선택어가 아니라 필수어가 된 이 세상에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허공이 아니라, 땅을, 맨발로 땅을 걷고 싶다. 그러면 적어도 이들의 사진에서의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