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50개의 단락으로 된 독서 기록장처럼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이야기에 하나의 책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었으며, 그 기록에 앞서 책을 읽는 마음, 자세, 방법들에 대한 잠언들을 풀어적어 두었다.

 

가장 눈에 띈 단어는 '의미'였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무의미함.

 

그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두려움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아니라 더이상 두려워 할 필요가 없도록 다독이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어떻게 읽는 것이 '생산적 책읽기'인가?

이 문제는 한 권의 책을 읽는 이에게도 여러 권의 책을 읽는 이에게도 늘 따라다니는 고민거리일 것이다.

 

책을 읽고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그 책을 읽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책을 읽는데 쓴 시간의 의미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책을 읽는 동안 수고한 몸은 그 에너지는 도대체 왜 썼던 것일까?

 

이런 의문을 남기고 마는 책읽기는 '무의미한' 책읽기다.

내 인생에 있어, 내 시간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소멸의 형태인 '무의미한 소멸'을 스스로 자초하고 만 것이다.

 

이 책은 근원적이고 원리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방법, 이런 식으로 하라고 일일이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어떤 자세로 책을 읽고,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결국 남는 것은 책을 읽는 사람, 독자의 몫이고 독자의 책임이다.

의미있는 책읽기로 만드느냐, 무의미한 책읽기로 만드느냐는 전적으로 책을 읽는 이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난 관계에 있어서도, 책에 있어서도, 일에 있어서도 무의미한 것을 무척 두려워한다.

어떤 식으로든 '의미'를 낳지 못하는 일에는 섣불리 손을 내밀지도, 발을 들이지도 않는다.

그만큼 내게 있어 '무의미함'은 지독한 두려움으로 새겨져있는 셈이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그동안 많은 순간 '무의미'하게 읽고 지나친 책들이 있음을 고백할 수 밖에 없었다.

 

변할 수 있다. 나아질 수 있다.

무의미한 것으로 끝나버릴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은 남아있다.

 

읽기에 집중하는 읽기, 적극적인 선택.

이제 한 단계 성장해야만 하는 기로에 선 것 같다.

 

안상헌 '선생님'은 진정한 독서광의 면모가 어떤 것인지 내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몇 권 더 읽어보기로 한다.

 

149쪽.

아마 당신은 '나는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선택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하나의 선택이다.

 

168쪽.

그들에게는 소멸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의미없는' 소멸이 두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