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중독에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음을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마주해보니 이건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달 유난히 많은 아이들을 들인 나로서는 실로 뒷통수를 강타당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이럴수가, 그래도 난 정상인데?(푸흐흐흐, 벌써 웃음이 나기 시작한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있으리라.

책은 두 권을 산다.

하나는 읽는 소장용.

하나는 읽기용.

 

혹 처음에 샀던 책이 문고본이라면 반드시 양장본을 구입해야 하며, 더하여 '소장판'이라도 나오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긴다.

다행히 난 이정도는 아니다.

앞으로도 이런 모습으로 '진화'하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

뭐, 번역자가 다르거나 출판사가 다르면 심각하게 '고려'하기는 하겠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터지는 웃음을 참느라 제법 고생을 했다.

뭐, 이런 병적인 인간들이 널렸어?!(정말 병적으로 책을 사 모으는 '중독자'가 숱하다.)

 

책 중독지수를 테스트 하는 문항이 있었는데 내 결과는?! 뭐, 그냥 그랬다.

일단 부인(不認)하고 보는 거다.

다행히 '아직은' 정상이란 이야기다.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괜찮단다.

 

말 그대로 이 책 속에는 온갖 중독증상들, 그 중독에 시달렸던 사람들의 예시, 그 중독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회의적이었지만)을 적고 있는 책 중독자의 고백이 담겨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런 기억이 있을 것이다.(정말?)

서점이나 헌책방에 그저 구경하러 들어갔다, 적지 않은 책을 들고 그곳을 나서는 자신을 발견한 기억.

 

저자 자신이 심각한 책 중독 증상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는지라 책 중독자의 속성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책 중독자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이들은 경청할지니.

이 책을 책 중독 초기 증상을 보이는 자들의 필독서로 할 것을 강력히 권하는 바이며, 그 책 중독자의 가족, 애인에게도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

그 이유는 읽어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읽는 내내 웃었다는 말은 결코 농담이 아니다.

진심으로 공감해서 웃고, 어처구니 없어 웃고, 아하! 하며 또 웃었다.

분명,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 그림도 없고, 판타지나 무협 소설도 아니고, 연애소설 같지도 않고 글자만 빽빽한 책을 보면서 뭘 실실 웃어? 좀 이상한 거 아냐?"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지만.

그리고 사실 간간히 그림도 나온다.

그 그림이 또 제법 폭소를 자아낸다.

 

웃었지만, 웃는게 웃는게 아닌 부분도 있었다.

모든 중독이 그렇듯, 자칫 왜곡된 중독은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올 수 있다.

책 속의 예를 들자면 음식보다 책, 옷보다 책, 생활보다 책, 친구보다 책, 애인보다 책, 가족보다 책.

이정도면 그 후유증이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럼에도 저자는 책 중독을 비관하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들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사리분별을 바로 하고, 선악에 대해서도 분명한 기준을 지니고 있다.

조금 과하게 책을 사랑하는 평범한 한 사람인 것이다.

다른 중독이 그러하듯 관심과 이해가 요구되기도 하는 것은 사실이다.

 

책 중독자 뿐 아니라 책을 즐겨 읽는 이들, 사랑하는 이들은 책에게서 많은 것을 얻는다.

책은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중 단연 선두에 꼽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인터넷 서점을 돌며 '특가도서'를 쓸어담듯 클릭하고 있는 당신!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나도 가끔 그러니까 괜찮은 거다.(정말?!)

 

하지만, 현명한 중독자가 되려는 노력은 분명 필요하다.

읽을 책을 사고, 산 책은 꼭 읽기를 간곡히 부탁하는 바이다.

 

책을 사고 읽는 이야기 뿐 아니라 '빌려주기'에 관한 이야기도 짧게 언급하는데, 그러고보니 기억난다.

나한테서 고 2 때 '안네의 일기 빌려간' 현진아, 언제 돌려줄꺼니?

빌린 책은 잊어도 빌려준 책은 잊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각설하기로 하고.

한 구절 남기는 것으로 대신한다.(좀 길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