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자체로는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두툼한 분량과는 달리 금세 읽힌걸 보면 분명 그럴것이다. 아니,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9.11 테러 이후 온갖 촉을 세우고 있는 대테러전쟁은 유독 미국에서만의 쟁점이 아니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까지 파병을 하고 그로 인해 이슬람의 테러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테러범들의 공격수단은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바로 이웃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인한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지구 온난화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들, 석유자원의 고갈과 고유가시대에 우리에게 절실해지는 에너지원,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겼지만 이제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우주 전쟁...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은 이렇게 우리에게 일상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섯가지의 과학코드를 물리학적으로 설명하고 대통령을 위한 정책 브리핑으로 마무리하며 물리학은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고 우리 가까이 있는 것임을 새삼 강조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자꾸만 이상해지는 것이다. 하나의 데이터 자료를 놓고 그것을 물리학적으로 새롭게 분석한다고 했는데 그걸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가 비꼬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다시 저자에게로 돌아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물론 나는 물리학을 잘 모른다. 저자의 주장이 하나에서 열까지 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연현상의 데이터나 이론적으로 설명한 과학의 법칙을 이야기함에 있어서도 어떤 관점으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에 인용된 데이터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알겠다. 그러니 저자의 글에서도 왠지모를 데이터의 이면에 담긴 불편한 진실이 보일수밖에.

핵폭탄이 터지고 원자력 방사선이 나오는데 왠 허술한 지하창고와 책상밑 대피인가 비웃는 이들에게 그것은 단지 피폭을 피하기 위한 방어벽이며 깨진 유리조각 파편을 피하기 위한 대피책일뿐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은 한순간 웃음이 나게 되는 것이지만 그것 역시 본질을 슬쩍 비껴가는 속임수 같은 느낌이 들 뿐이다. 체르노빌 원전폭발 이후 일어난 재앙은 원자력때문이 아니라고 말하며 미국의 원자력발전소는 안전하다,라고 하는데 - 사실 과학적인 근거로 논리적인 설명이 자세히 되어있는데 내가 그것을 다시 설명하기는 좀 힘들다. 내가 저자의 글을 이해하는 바로는 그리 해롭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저자는 지금 센다이 지역에서 살아도 무관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는 핵폐기물이 묻혀있는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에서 불편한 진실은 내게 있어 저자의 의도였다. 정책적으로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주장, 4대강 개발이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주장, 한미 FTA가 우리 국민과 경제에 더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주장이 옳다고 믿게끔 그에 맞는 맞춤형 정책설명을 듣고 있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단적으로 우리 농민과 서민을 다 죽이는 한미 FTA는 자본가인 대기업 경영인들에게는 환호성을 올리며 찬성을 하고 있는데 똑같은 협약문을 놓고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내용과 결과가 달라지는데, 물리학이라는 과학을 내밀고 본인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이어서 저자의 주장이 다 옳을수밖에 없다며 본질을 은폐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