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대 왕 선조의 딸인 정명 공주의 삶도 기구했다. 어린 동생 영창대군이 쪄서 죽이는 증살을 당했을 때 어머니 인목대비와 서궁에 유폐되어 고통과 울분을 견뎌야 했던 정명공주는 인목대비가 자결을 하는 것을 막으려 자신의 고통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속설에 사랑하는 연인이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이별을 한다는 얘기가 있다. ＜서궁일기＞에 나타나듯 이들 여인들의 한과 사무침이 돌 틈마다 서려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같은 고통 속에서 인조반정이 성공하면서 광해군이 폐위되고 인생역전에 성공한 정명공주는 조선 최고의 땅 부자가 된다. 그러나 그의 행복은 길지 못했다.

 

제3대왕인 태종의 딸, 정신옹주가 퇴짜를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왤까? 싶었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태종의 딸을 퇴짜 놓은 이유는 간단했다. 공주(옹주)와 혼인을 올리게 되면 첩을 들일 수 없는데다가 공주(옹주)가 죽은 뒤에 재혼을 하여도 그 부인은 정실부인이 될 수 없다고 한다.

 

땅 부자가 된 공주란 이야기를 들었을 땐 조선도 재테크란 걸 했었나 싶었다. 제 14대왕 선조의 딸인 정명공주는 어머니 인목왕후 김씨와 유배를 가게 된다. 당시엔 광해군의 우려와 함께 인목왕후는 적통을 출산하고 선조는 57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모든 것을 다 가지게 된 광해군은 우려가 드러나 인목왕후와 정명공주 강제로 유배 떠난다. 영창대군을 강제로 유배지에서 죽인다. 정명공주는 21세가 되던 해에 인생역전이 온다. 바로 인조방전이다. 그건 정치 외교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광해군에게 화가 난 인조반정 세력들이 내서서 광해군을 몰아내게 되는 거다. 그러나 후에 효종, 현종, 숙종의 거치면서 왕으로부터 예우를 받으면서 살아간다.

 

여러 종류의 역사책을 접해 왔지만 이렇게 적나라한 공주(옹주)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없다.

사실 역사책을 읽는다면 세자, 왕, 역사속의 위인들의 이야기 뿐 이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조선 공주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였을까? 저자는 조선 공주 100명 중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가장 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공주 7명을 골라내 이야기를 전한다.

이전투구의 권력 싸움을 겪어가며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경혜공주, 어린 동생이 처형당하고 어머니 인목대비와 유폐돼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다 최대의 거부가 된 정명공주 등 공주들의 다양한 삶이 책 속에 펼쳐진다. 오랜 기간 역사 다큐멘터리 방송작가였던 저자는 역사의 중심에서 밀려난 여성들의 삶을 세세한 취재와 깔끔한 문장으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