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걸>에서의 주인공 아니는 그런점에서 볼때 신델렐라나 콩쥐보다는 더 마음에 드는 캐릭터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 만난 아니는 연약했으며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길 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물론 부당한 처사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내 곧 순응하고 만다. 또한, 공주로써 자신이 누려야 되는 것은 당연시했으되, 그에 대한 책임이 부족하기도 했던것 같다. 어쩌면 셀리아가 아니를 보며, 그녀의 자리를 빼앗고 싶었던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니가 좀 더 당당하고 현명하게 품위있고 권위있게 행동했더라면 셀리아가 언감생심 꿈이라도 꿨을까.

 

어릴적부터 여왕이 되기 위해 나름데로 노력을 했다고 했지만, 아니는 결국 평화를 위해 베이언의 왕세자와 결혼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 여왕의 꿈은 날아갔지만, 왕비는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얼굴도 모르는 낮선나라의 왕비가 되어서 아니는 행복할 수 있을까?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렇게 아니는 셀리아및 호위병들과 함께 베이언으로 가기 위해 궁을 나선다. 그러나 셀리아가 호위병들과 무시무시한 음모를 꾸몄을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아니. 시녀지만 친구처럼 믿고 지냈건만 뒷통수를 맞아도 된통 맞은 아니. 자신에게 충성을 보이는 몇몇 호위병들이 아니를 위해 싸우고 아니를 죽이려는 호위병들을 위해 아니는 달리고 달린다. 그렇게 아니의 모험은 시작된다.

 

아니는 과연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사람의 말에 재주를 가진 셀리아. 달콤한 말로 사람을 설득하고 공주인양 버티고 있는 셀리아를 무너뜨리고 '내가 바로 그 공주요'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게 될까? 아니를 따라나서며 뒷이야기가 궁금해 자꾸만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이런 이야기의 스토리는 뻔해서 사실 결과는 앞서 말했듯이 쉬이 예상할 수 있지만, 정말 풀어내는 과정자체가 매력적이었다. 아니가 거위치는 소녀로 지내면서 조금씩 철이 들고 성장해가는(내면의 성장) 이야기, 그리고 그곳에서의 에피소드들이 꽤 흥미롭다. 더불어 아니가 동물의 말을 알아듣고 동물들과 대화하는 모습과 후에 자연(바람)의 말을 알아듣는 모습은 자뭇 신비롭기만 하다.

 

어릴적 이모는 아니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말에는 세가지가 있는데 사람의 말, 동물의 말, 자연의 말이 그것이라고 한다. 사람의 말에는 비록 재주가 없었지만, 동물의 말에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는 아니. <구스걸>에는 그런 마법같은 이야기들과 함께해 더 아름답고 흥미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더불어 이런 동화같은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왕자님과의 로맨스까지.

 

'그리하여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여타의 동화와 결말을 다르지 않지만, 아니를 따라나서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되찾게 되는 그 과정을 보며 내 자신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행복한 판타지 성장소설 <구스걸>과 함께한 시간, 참으로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