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색에 귀여운 글씨체의 표지느낌이 복잡하지 않고 순수함이 느껴졌다. 그 인상이 책껍데기의 지은이 소개를 통해서 각인되었다. 보통 어느 대학을 나와 어떤 경력을 쌓고 어느 지위에 올랐는지를 압축적으로 적기 마련인 지은이 소개가 '일, 눈, 귀, 키, 목, 피, 땀, 집, 색, 철, 운, 술, 약, 벽, 돈, 꿈, 끝'을 저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로 대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만 보아도 카피라이터 다운 독특함이 느껴졌다. 물론 그 아래에 지은이의 이력이 세 줄 정도 적혀있지만, 그 전에 자신이 가족에 어떤 사람인지, 독자에게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를 적은 글이 더 인상적이다.

     

난 중학생 3학년 ？？, 우리반 반장의 꿈이 카피라이터라는 걸 설레는 얼굴로 말하는 걸 보고 처음으로 카피라이터라는 걸 알았다. 제 2의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이 직업에 대해서 얼핏 듣고도 아 이걸 1의 직업으로 올리고 싶다란 욕심이 들었다. 그만큼 카피라이터는 매력적이며 자유분방하고 능력있는 프리랜서의 대명사처럼 느껴졌다. 책의 저자는 정말 365가지의 단어를 가지고 남다른 발상을 바탕으로 인생을 위한 진솔한 얘기들를 전하고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대로 조금 억지 선생님인 것도 있지만, '아, 이건 색다르네. 정말 기발하구나~! 27년산 카피라이터 맞구나.' 싶은 것들이 더 많았다.

 

책 사이사이에 들어간 삽화는 전체적인 채색이 약간 거친 색연필로 섬세하게 그린 듯했다. 그리고 초현실주의적으로 묘사된 것들이 많아 상상력을 자극하는 점이 내겐 큰 즐거움이었다.  

 

그의 책구성 자체도 학교 선생님에게 배우는 시간표처럼 목차를 정리하고 있다.

 

1교시. 삶의 이론과 실제 - 보통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법

2교시. 사랑학 개론 - 사랑엔 처방전이 없다

3교시. 사회 생활학 입문 - 아버지를 이해할 때 어른이 된다

4교시. 청춘학 특강 - 막차를 놓쳐도 첫차는 온다

5교시. 비움의 철학 - 통장잔고가 인생잔고는 아니다

6교시. 마음 교육학 - 인생에도 과속방지턱이 필요하다

 

고정관념에 매여있지 않은 통통튀는 생각들, 역발상 등을 보면서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생각해보니 무언가를 타인이 정하는 '무엇'으로만 판단하지 않는 삐뚤어지고 비틀어보는 자세, 이유있는 반항심을 품는 게 비결인 것 같다. 누군가가 무언가에 대해 정의함에 함부로 속단하지 않고, 무언가를 두루 깊이 살펴봄으로써 스스로 판단해보는 것이 시작일 것 같다. 물론 그 판단 아래에는 규격화된 틀을 벗어나 풍부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인생을 음미하려는 마음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또 이 카피라이터와 같은 감각적인 글을 쓰고 싶다면 감정이입과 역지사지 등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