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받았던 그 장면에서 똑같이 책을 읽으며 감동을 느끼는데, 이미 영화를 먼저 본 내게 영상보다 글이 더 와닿을까 싶었는데 영상 프레임으로 넘어갔던 등장인물들의 세밀한 심리묘사와 감정들이 책에서는 각자의 관점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 훨씬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글과 영상이 겹쳐져서 더 깊이 느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빌리 엘리어트는 탄광촌 소년 빌리가 주인공이며 그가 백조로 비상을 하며 성공의 끝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 같지만 조금만 더 빌리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그 안에 담겨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마을 공동체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 서민과 부유층의 생활의 차이, 파업과 실업으로 인한 가정의 문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없이 친구와의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 소년의 꿈을 위해 진심을 담아 가르치는 선생님,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 아버지와 동생을 위해 의지를 잃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형....
각 등장인물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니 좀 더 쉽고 깊이있게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이자면 마지막에 잊지 않고 백조 빌리를 만들어 준 탄광에 대한 이야기까지도.
˝나는 지금의 빌리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숱한 석탄을 파냈는가.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이런 장소들을 짓기 위해 숱한 석탄을 파낸 것처럼. 그렇다. 이 땅의 모든 것들 뒤에는 석탄이 있다. 그리고 석탄은 여전히 땅 속에 묻혀있다. 단지 우리만 더 이상 거기에 없을 뿐˝(267)



˝광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다른 세상에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하고 문득 깨닫게 될 것이다. 저 아래 누가 석탄을 캐고 있는 곳은, 그런 곳이 있는 줄 들어본 적 없이도 잘만 살아가는 이곳과는 다른 세상이다. 아마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곳 얘기는 안 듣는 게 좋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세계는 지상에 있는 우리의 세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머지 반쪽이다. 아마도 우리가 하는 모든 것, 말하자면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부터 대서양을 건너는 것까지, 빵을 굽는 것부터 소설을 쓰는 것까지, 모든 게 직간접적으로 석탄을 쓰는 것과 상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