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아이가 두 살 반에서 여섯살이 되는 동안에 쓴 글들을 모은 것으로, 마음가는 대로 일상속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을 쓴 글에다 의뢰 때문에 쓴 글도 아니었지만 이렇게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제목부터 왠지 바나나의 달콤한 향이 솔솔 풍길것만 같은 예쁜 제목의 이 책은 101가지의 음식에 관한 짤막짤막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에세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괜히 첫장을 펼쳤을 때 이게 소설의 첫 부분인건 아닐까 라는 착각이 일기도 했다. 한편 한편이 짧기 때문에 아주 부담없이 가볍게 읽히고, 있었던 일들이나 느낌이나 생각들을 풀어낸 글들이라 일기같은 느낌도 많이 들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해 먹었던 음식, 친구가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맛있는 빵, 가정부와 함께 하는 커피 타임, 파리에서 겪었던 굴 알레르기 , 아이에게 싸주는 도시락, 하와이의 포를 아주 맛있게 만드는 음식점 이야기, 좋아하던 음식점이 없어지는 것을 아쉬워 하는 모습 등 음식에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편은 대만의 약선탕 에피소드~모습은 삼계탕과 비슷했는데, 먹던 친구 하나가 코피를 흘렸지만 가게에 있는 사람들이 흔히 있는 일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그 뒤에 코피, 두통, 설사 등의 증상이 모두를 덮쳤고 증상이 가시면 몸이 정화되는 것이라 서로를 위로했다 했지만 , 아무리 몸에 좋다해도 이런 증상들을 동반한다면 절대로 시도해 보고 싶지 않은 음식이었다.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고 집의 음식을 책임지는 주부이다 보니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 같았고, 엄마이다 보니 자신의 아이인 꼬맹이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여러가지 경험들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길 바라는 엄마의 사랑이 듬뿍 묻어났다. 여러나라 음식들이나 생소한 음식들도 나오고 즐겨가는 음식점이나 카페 이야기등도 나오니 왠지 일본에 가면 그 가게들을 찾아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음식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함께한 사랑, 우정, 즐거움, 때로는 슬픔등의 추억들이 음식 한접시 속에 녹아있어서 좋았다. 그녀의 이런 소소한 일상들의 이야기는 담백하고 정갈한 일본식 밥상이 생각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