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작품은 많이 들어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헤밍웨이의 작품을 한편도 읽어보지 못했다. 아, 물론 이 책을 읽은 직후 바로 그의 명성을 더 높여준 노인과 바다를 읽었다. 사실 내게는 헤밍웨이의 작품보다 그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더 친숙했고, 평범하지만은 않은 그의 인생여정이 더 흥미로웠던 것이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라는 제목때문에 나는 엉뚱하게도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생활한 그 축제같은 나날들만을 떠올렸다. 그런데 이 책은 헤밍웨이가 젊은 시절 파리에 체류하면서 체험한 이야기들을 엮은 회고록이었다. 글을 읽으면서 친숙한 작가들의 이름이 나오고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라는 서점도 나오니 신기한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면 동시대의 작가인데 영국의 작가들과 파리의 서점, 미국인인 헤밍웨이를 같이 연결시키지 못한 나의 문학적인 무심함이 드러날뿐이다. 어쨌든 헤밍웨이의 솔직담백한 회고록은 당대의 작가들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갖게 하기도 했고 헤밍웨이 자신에 대한 솔직함도 그를 다시 보게 해주었다. 젊고 혈기왕성하지만 가난하게 살아야 했던 파리 체류시절,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아내에게 식사초대를 받았다는 거짓말을 하고 두시간동안 공원을 산책하다 들어가기도 했다는 글은 배고픈 작가의 고달픈 삶이 안쓰럽기도 하고.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건장한 체구를 타고난 나는 끼니를 거르면 몹시 허기가 졌다. 하지만 배고픔은 나의 모든 감각을 예민하게 해 주었다. 나중에 보니 내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식욕이 왕성하거나, 미식가이거나, 혹은 식탐이 있거나,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102)

그러고보니 헤밍웨이의 삶에 대한 궁금증만이 아니라 그의 작품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가고 있다. 기자라는 독특한 이력과 그때의 경험들이 그의 작품의 소재가 되었고, 쿠바에서의 삶이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그 세밀하고도 사실적인 묘사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도 역시 그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은 자극이 되는 것이다.

˝글 쓰는 걸 절대로 잊지 않을거야. 나는 글을 쓰려고 세상에 태어났고, 여태까지 글을 써 왔으며, 앞으로도 다시 글을 쓸거야. 장편이든 단편이든 내 글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말, 누가 쓴 글이냐는 등의 말에 나는 전혀 개의치 않을거야˝(298)
이제 그의 그런 다짐에서 나온 작품들을 읽어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