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알링턴 파크 근처에 사는 여자들의 하루 동안의 이야기로 책 한권을 만든 대단한 작품이다. 하루동안의 이야기로 책 한권이 나온다는 것은 둘 중의 하나다. 이야기가 굉장히 지루해지거나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잘 불러일으킨 나머지 다 읽고나니 하루밖에 안지났더라..라는 것. 물론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작가가 묘사하는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심리는 그 어떤 심리학 책 속의 내용보다 더 많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물론 지나칠 정도의 과함이 없지는 않으나 그 정도의 지나침은 아마 <완벽한 하루>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라는 생각으로 넘어갈 수 있다.

 

안정된 직장을 가진 남편을 둔 30대 후반의 주부들. 두세명의 아이들을 두고 중산층 가정으로 알링턴파크같은 좋은 동네에 집을 마련한 그녀들. 근심이라곤 전혀 없어 보인다. 때맞춰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동네 아줌마들끼리 모여 커피를 한잔 하거나 잠깐 쇼핑을 하고 아이들 학교가 끝날 즈음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거나 모임에 초대를 받아 이웃집을 방문한다. 이처럼 "완벽한 하루"가 있을 수 있을까?

 

이런 완벽한 하루를 보내는 그녀들의 진심을 까발려놓은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아내로서 엄마로서는 존재하지만 "나 자신"은 존재하지 않는 그녀들. 내가 누구인지, 내 인생은 과연 무엇인지 언젠가부터 생각도 못하게 된 그녀들의 진심이 담겨있다. 완벽한 하루 속에 숨겨진 진실에는 심지어 적의와 살의마저 느껴진다. '나를 서서히 죽이고 있는' 남자들을 향한 분노가 폭발직전까지 이른다.

 

내가 앞에서 '지나치다'라고 말했던 부분은 이런 것들이다. 한때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에 대한 살의와 자신이 낳은 아이들에 대한 적의는 사실 거부감이 드는게 사실이다. 아무리 아이로 인해 힘들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선택한 것은 부모다. 아이가 부모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로 인해 아무리 삶이 고달프고 힘들다고 해도 (사실 책속의 아이들은 전혀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이 아닐 뿐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애들이다) 자신이 낳은 아이에 대해 적의를 품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그래서 '완벽한 하루'에 대한 극도의 반어를 표현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이러한 그녀들의 불안과 허무는 결국 어떻게 되지 않는다. 그 다음날도 그녀들은 완벽한 하루를 가장한 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는 일상이지만 아이가 있는 기혼 여성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도록 하는 작품이다. 남편들이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