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서 애만 낳으면 거저 엄마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아이를 낳고 어떻게 키워야겠다라는 생각도 딱히 없었다.

 

그래서 큰 아이 돌 잔치때 사회자가 갑자기 "아이를 어떻게 키우실거예요?"라고 물었을 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 갖고 싶었던 아기였지만 여러 번의 유산 위기로 인해 여러 달을 누워 지내야 했다.

무사히 태어나서 너무 감사하단 생각을 했던 것도 잠시뿐이고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신생아 황달로

입원시켜야 했다.

 

신생아 황달을 치료받고 무사히 퇴원했다 싶었는데 그 다음엔 감기,

6개월 정도는 신생아들은 감기도 걸리지 않는다는데, 우리 애는 신생아들이 자주 걸린다는 대부분의

질병들을 다 섭렵했다.

 

오죽하면 동서가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기 전에 내게 먼저 전화해서 물어봤을까!

 

2년 터울로 딸이 태어나고 딸은 건강하려나 싶었더니 이제는 두 녀석이 번갈아가며 아픈 바람에 난 한 달에

20일 가량을 병원에 출퇴근해야 했다.

 

아파도 저녁에 잠 하나는 정말 잘 자는 아들과 달리 딸은 새벽만 되면 어김없이 깨어나 안고 돌아다니지

않으면 동네가 떠나가도록 울어댔다.

 

누가 아이를 둘을 낳겠다고 하면 도시락을 싸들고 쫓아다니며 말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힘들게 키웠기에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철학이 있었을리 만무하다.

그저 시간이 빨리 지나가 아이들이 혼자서도 모든 걸 처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그 당시 누군가가 내게 엄마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윤리의식을 가르쳐주었더라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렸을 때는 아이들의 건강에만 신경을 쓰면 되었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는 올바른 윤리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짓말을 아예 못하게 해야 하는지, 아니면 착한 거짓말은 허용해도 되는지, 아이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어야

하는지 매순간 고민에 빠지곤 했다.

 

내가 육아로 인해 고민했던 많은 내용들이 이 책에 상당부분 들어 있다.

아마 현재 육아 스트레스에 지친 엄마들에게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을 것이다.

 

책 속의 어떤 필자는 아이에게 꺼짐버튼이 있어서 엄마가 쉬고 싶을 때 그 꺼짐버튼을 눌러 아이를 조용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고 고백한다.

 

기발한 그녀의 상상력에 한 표를 던지고 싶지만, 처음엔 5분이던 휴식시간이 나중엔 점점 길어져 아이가 세상을

경험할 시간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말에 처음 생각은 버리기로 했다.

어쨌거나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제는 최소한 육아 스트레스에서는 해방되었으니 말이다.

 

육아는 정말로 힘들고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잠깐 잠깐 보여주는 환한 미소와 맑은 웃음소리와,

엉뚱하고 재치있는 말들은 그 힘든 시기를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을만큼 넉넉하다.

 

육아를 철학적으로 접근한 책, 조금 어렵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신선한 느낌을 주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