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그렇지만 그 때도 애들이 반장 말을 잘 듣지 않았었다.

하지만 반장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으니 그건 아주 긴 대나무 장대였다.

교실 앞 쪽에서 뒤 쪽까지 한 번에 닿을 만큼 긴 대나무.

 

"조용히 하라"는 말에도 애들이 계속 떠들면 반장은 교실 뒤 쪽에 세워 둔 대나무를 들고 와 엎드린 아이들 위로 휘두른다.

그때까지 엎드리지 않았던 애들도 대나무에 맞기는 싫었는지 모두 엎드리면서 교실 안은 조용해지곤 했었다.

 

몇 번 그런 일이 있고 나서는 애들도 반장 말은 잘 들었다.

게다가 반장은 각종 웅변대회에서 자기 키 절반에 해당하는 트로피를 타오곤 했는데, 쉬는 시간마다 선생님이 요청하셔서

교탁을 두드리며 주먹을 불끈 쥐고,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곤 했었다.

우렁찬 반장의 웅변이 끝나면 반 아이들은 열심히 박수를 치곤 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반장은 우리들에게 꽤나 카리스마 있는 존재였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카리스마하면 내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부드러움보다는 강하고 남성적인 이미지였다.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면서부터는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이 부드럽고 착한 이미지의 선생님보다는 애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호랑이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카리스마에 강한 이미지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부드럽고 따뜻한 카리스마로도 얼마든지 대중을 휘어잡을 수 있다니 신기했다.

 

저자가 예를 든 반기문 사무총장, 배우 안성기 씨 등,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화를 내지 않고도 주변 사람들을 감싸고 배려하는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 크고 높은 직위에 있으면서도 아랫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정말 진정한 카리스마는 따뜻함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우리 애들에게 따뜻한 카리스마가 있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어째 갈 길이 멀어 보인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