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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시풍수>를 읽으면 읽을 수록 든 생각은 위 문장과 같다. 책을 집필한 작가의 목적은 좋은 터란 무엇이며 그것을 고르는 법을 전통사상과 이론들을 서양의 그것들을 비교 분석하여 제시하는 것이었겠다만 도통 풍수에는 관심이 없는 내게 좋은 터란 자연과의 조화가 있으며 유동인구가 높고 건물들이 세련된 그리고 교육여건이 좋은 땅 값높은 곳이다. 그저 내 맘에 든다 싶은 땅, 내 입맛에 맞는 땅을 좋은 땅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단순한 생각을 지닌 나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조금이라도 흥미있었던 이유는 일반인들에게 풍수 이론은 필요치 않다는 전제 아래, 다만 풍수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 폭을 넓히기 위한 만큼만 이 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작가는 인지하고 글을 썼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땅으로부터 직관적으로 얻는 느낌이지 지식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를 반영하듯 책의 구성과 내용은 비교적 쉽고 단순하다. 간혹 이해되지 않는 전통 사상이나 이론 들이 등장해 술술 읽혀내려가지 않은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이 책은 연속성이 주는 읽기의 강요성이 아니라 3부에 걸쳐 약 150개의 작은 소제목 아래 한 두페이지 가량의 글이 적혀있어 독자에게 골라 볼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 적어도 정말 '좋은 명당 자리는 이러이러한 자리'라는 명쾌한 답을 알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렇게 명쾌한 답을 준 페이지는 240에서 255이었다. 명당의 조건1, 2,3,4,와 부엌과 대청의 배치, 개인 공간의 중요성 등 세부적으로 명당이라 일컬을 수 있는 터와 집의 조건을 알려준 부분이었다. 이를 제외한 1, 2부의 기타내용들 또한 명당에 대한 지식배경을 설명하기에는 사실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3부에 실린 내용들은 다소 주제를 빗나가는 듯 했다. 제 3부에는 풍수 단상이라는 제목 아래, 찰나의 생각, 여운이 남는 이야기라는 소주제로 작가가 평상시에 보고,듣고,느낀 진리나 삶에 대한 성찰들이 쓰여 있다. 물론 책의 맨 뒤로 갈수록 다시 풍수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빌어 연결시켜 놓기도 했다.

도시풍수라는 제목이 상징하듯 작가는 이미 문명화 되어있는 오늘날의 땅에서 명당을 찾는 일을 말하고 있다. 풍수 박사라고 해서 과거로의 회기, 자연의 중요성만을 강조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도시 안에서 사람들과 자연이 그리고 집이 어떠한 상태에 있을 때 풍수가 좋다고 하는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책의 끝에서 진시황의 오른 팔이었던 몽염 장군의 고사를 예로 든 것을 보니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개발을 하는 현대문명에는 반대를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몽염 장군 왈 : "내가 죽어야 할 이유는 단 한가지 뿐이다. 만리장성을 쌓으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산맥과 물길을 끊었다. 이것이 내가 죽어야 할 이유다." 무릇 좋은 도시 풍수란 자연과의 어울림이 좋아야 하는 법.

그리고 작가는 무엇보다 '땅의 기운,지기'를 중요시 했다. 책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현장사례 중에서 10을 보면 작가가 가족들과 함께 하와이에 간 이야기가 나온다. 천혜의 자연 경관과 환상적인 기후를 자랑하는 꿈의 섬 하와이를 보고 작가는 자연미가 아닌 인공미라 평한다. 왜 자연 그대로의 섬이라 여겨지는 하와이를 그렇게 말했는지. 우리나라 풍토에서 지기는 인간에게 막중한 영향을 미친다. 그것이 상생의 조화를 이루면 마음의 평정과 신체의 균형을 이루게 되고 상극의 충돌을 빚어내게 되면 고통과 불안, 질병 따위를 유발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 풍토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나쁘게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지기의 다양성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와이 주민에 비하여 훨씬 다양한 개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고, 어떤 현상에 대해서 지나치게 과민하거나 때로는 격렬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하와이의 풍토는 지기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인간에의 작용력이 미미하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로 무덤덤한 영향을 미칠 뿐이고 그저 비옥하고 경치 좋은 곳이 명당이 될 뿐이다. 그래서 딱히 명당이라 칭할 만한 곳이 섬 안에는 없다. 좋고 나쁘고가 있어야 구분이 되어질 터인데 그저 모두가 좋은, 모든 곳이 이상적으로 보이기에 작가는 오히려 이 곳에서는 인공미가 느껴진다고 했다. 호주에서 빌려온 모래로 가득찬 쓰레기 하나 없는 한 해변을 보면서 말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처럼 울퉁불퉁한 지형에 현대문명까지 이리저리 들어서 있는, 그래서 어디가 좋고 나쁜가에 대해 끊임없이 논하게되는 살아있는 공간을 작가는 더 좋아하는 듯 하다.

그렇다. 풍수라는 개념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그 의미성과 중요성이 높은 것. 좁은 땅이지만 4계절이 뚜렷하고 산과 들 그리고 바다의 지형이 균등하게 배분된 우리나라....그 속에서 이미 문명화가 되어있는 지역과 아닌 지역,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지역이 구분되어지기에 풍수는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