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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수(저자)

필명.

조지수는 이미 십 수권의 책을 저술한 자못잘 알려진 사람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는 필명을 사용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에 프랑스와 미국에서 공부했고, 이후는 보헤미안처럼 여러 나라를 떠돌며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므로 이 소설에는 어느 정도 자전적 요소가 있다. 철학과 예술에 대한 그의 식견은 그동안의 저술을 통하여 상당한 것으로 평가되었으며, 이 소설에도 그 편린이 유감없이 보여지고 있다. 그는 현재 벤쿠버 아일랜드의 외진 곳엣 차기 작품을 몰두하고 있다. [인터파크 제공]

서 평

이 책을 선택한게 카페에서 게시판을 뒤지다가 네이버 평점이 좋아서 리스트에 올려놓은 듯 하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근간에 꽤 감동적이고 기억이 많이 남아 있을 듯한 소설을 읽게 되어 상당히 뿌듯하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처음 접한 플라이 낚시와 캐나다의 이민 생활에 대한 내용은 상당히 흥미진진했고 그 속에 담긴 주인공의 생각들은 그 철학적 깊이가 대단하다. 다양한 분야에 아우르는 어찌보면 이 저자의 글들은 단시간에 지어진 것 같진 않다.

읽는 내내 이 저자가 과연 누구일까? 이 소설이 첫번째 소설일까? 이 소설이 자전적 소설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계속 이어졌지만 거의 반을 넘게 읽고 난 후에 네이버 검색으로 보니 필명으로 본명을 가린 저자라는 걸 알게되었다.

다 읽고 난 후에 보니 이는 자전적 소설인 듯 하다. 그러니 필명으로 적었으리라.

책의 분량은 상당하다. 읽기 전부터 덜컥 ~ 이걸 다 읽을 수 있을까 ?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한번 잡은 책은 뛰어난 집중력과 몰입을 자연스럽게 유도했고,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읽을 수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플라잉 낚시의 묘미를 묘사하는 부분이나, 나스타샤와 함께 떠나는 카누 여행은 이 작품의 압권이다. 자연속에서 피어나는 그들의 사랑은 참으로 감동적이었고, 무지했던 플라잉 낚시와 낚시라는 스포츠에 대한 동경이 새록새록 가슴속에서 피어올랐고, 캐나다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읽으면서 참 부럽다~ 나도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계속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느꼈던 안타까움은 아직도 아련하게 가슴에 져며온다.

캐나다 웰드릭이라는 마을 사람들과 주인공의 유대를 이야기 하는 부분도 흥미롭고 특히 컬링을 다룬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 소설은 여러가지 면에서 쓸데 없는 내용이 없는 듯 하다.

종교, 철학, 음악, 국제정세 등등의 다양한 분야에 걸친 저자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거침없는 비판과 깊이있는 식견으로 설명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172페이지

우리 모두는 늙어간다. 정념과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남은 삶이 회상과 추억에 의해 아름다워질 때, 젊은 시절의 방황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준다. 어떤 느낌인가를. 우리를 고통스럽게 했던 그 방황은, 어두운 창밖으로 내다보면 수많은 영혼들이 나에게 말을 건다. 나는 속삭인다.

"그렇다. 우리는 힘겨웠다. 무도가 무엇인가를 위해 애썼다. 그러니 그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적어도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가 함께했다는 것, 서로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추억으로 나의 삶이 행복하다는 것-그것들이 중요하다."

384페이지

나는행복한 삶을 살았다. 다시 산다고 해도 똑같은 인생을 살기 바란다 무지에서 오는 혼란과 무의미에서 오는 불안이 젊은 나를 이리저리 휘둘렀고, 나이 든 지금 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게 남은 유형의 것은 없다. 모두가 사라졌다. 이루고자 하는 꿈도 남아 있지 않다.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품기 위한 것이었지 이루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꿈을 위한 꿈이란 젊은이의 것이다. 더 이상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많은 부질없는 꿈들이 나를 물들였었다. 이제 나는 꿈 없이 살 수 있게 되었다. 아마 기쁨 없이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추억은 남아 있다. 나란 무엇인가? 내가 태어난 이래의 나의 추억, 나의역사 이외에 무엇이겠는가?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역사, 나의 조상의 영혼 속에 쌓여 유전인자라고 불리며 내게 맡겨진 추억들 외에 무엇이겠는가? 그것들이 나를 앞으로 밀고 나가고 있다. 언덕의 눈뭉치가 스스로의 무게로 굴러 내리듯이.

: 이 책은 이렇게 중간중간에 상당히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철학적인 사고를 잘 묘사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상당한 내공을 요하고 그 깊이가 남다르다.

483페이지

미국은 모든 외국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한다. 미국을 드나들며 모욕감을 느껴보지 않은 외국인은 없을 것이다. 미국 당국은, 모든 외국인이 미국에 불법체류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하고, 미국에서 돈 벌기를 원한다고 생각하고, 외국인의 모든 현금은 마약 거래를 위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자존심은 미국 국민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스로는 무오류이며 자신들이 세계의 모든 정의를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만이 자유와 정의와 인권의 옹호자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나는 대학원 시절에, 미국 역시도 아메리카 인디언을 대량 학살해서 이 땅을 차지했고, 아프리카인을 노예로 부려 남부의 번성을 이룩했다고 말했다가 학생들의 전체적인 공적이 되었다. 정의와 인권을 떠들어대는 그들이 아니꼬워서였다.

모든 개인이 과오를 저지르듯이 모든 국가도 과오를 저지른다. 문제는 과오에 있지 않다. 스스로는 과오가 없다는 오만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런 국가는 앞으로도 과오를 저지를 소지가 많다. 만약 차지하고 싶은 새로운 땅이 있다면 미국이나 일본은 언제라도 대량학살의 수단을 사용할 것이다. 다른 나라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모든 나라가 그러한 개연성이 있다. 그 다음에 스스로를 정당화할 것이다. 어차피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니까. 그러나 힘과 정의에 관한 솔직한 인정과 위선적인 부정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전자에는 과오와 잔인함과 역겨움의 여지가 없지만 후자에는 모든 악덕이 두 손 들어 환영할 여지가 있다.

: 현재의 국제정세에 미국에 대한 비판이 통렬하다. 통렬한 비판속에 강자의 정의에 대한 깊이있는 사고가 꽤 철학적이다. 상당히 나름 어려고 심오한 내용이 책속에 있다. 겉으로 보기엔 나스타샤와 캐나다의 생활이 있지만 들여다 보면 깊이가 대단하다.

525페이지

유물론자들은, 만약 그들이 진정한 유물론자라면 고상하고 지적이고 솔직한 사람들이다. 이념과 존재의 근원을 물질에 두는 데에 있어서 그들의 세계관은 물질주의자들의 세계관과 같다. 차이는, 유물론자들은 스스로의 물질적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문화 구조물의 물적 근거를 통찰하는데 반해 물질주의자들은 물질 그 자체에 머무르기 위해 모든 삶을 물질로 환원시켜 버린다는데 있다.

다윈은 인간의 기원을 태초의 단세포에 놓고 프로이트는 의식의 기원을 무의식에 놓는다. 마찬가지로 유물론자들은 문화와 문명의 기원을 물질에 놓는다. 그러나 다윈이 인간의 생물적 한계에 머무르기 위해 <종의 기원>을 저술하지는 않았고, 프로이트 역시도 무의식과 성적 욕구에 인간을 한정시키기 위해 <꿈의 해석??기 때문에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그러한 한계가 없다는 기만보다는 그 한계에 대한 정직하고 날카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유물론자들의 이념과 의미는 아마도 이와 같을 것이다. 그들의 고투와 통찰은 안타까울 정도로 솔직한 자기 고백이며 자기 폭로이다.

: 이 저저의 지식의 깊이는 참으로 놀랍다. 전 분야에 걸친 고른 지식의 깊이는 경타하지 않을 수 없다. 놀랍고 신기하고 존경스럽다.

549페이지

외국은 여행할 곳이지 거처를 정하고 살 곳은 아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생각된다. 소크라테스는 추방보다 죽음을 택했다. 나는 어리석게도 죽음보다 더한 것을 선택했나 보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미국에서의 나의 삶은 되새기기조차 싫다. 친구도 만들지 않았다. 스스로를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내면을 공유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들에게 내면이라는 것이 있기나 했을까? 캐나다에서의 삶은 어떠한가? 나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자연을 즐겼고 친구들을 즐겼고 공동사회 속에서 행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스타샤를 만났다. 그러나 조국이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미국에 대한 혐오감이 우러나고 있다. 독특한 표현이라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