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롬의 책 3권을 연달아 읽었다.

결론은 어지럽다. 너무 전문적인 명사적 표현의 남발로 가볍게 읽을만한 책은 아닌듯 싶다.

우선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작가의 논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프롬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을 중시하지 않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입지에 의해서 개개인의 인격 형성이 이루어 진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해결점은 개개인의 자아성찰에 의해서 사회가 아름다워질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모습으로 부터의 사회성을 연구한게 아닌 사회성으로 부터의 개개인의 모습을 연구한것은 또다른 연구 방법의 한 부분이겠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회 또는 국가는 개개인의 집합체 이기에 형성되는것이다.그러므로 국가 또는 사회가 개개인에게 미치는 현상을 기준으로 사회현상을 연구한다면 조금 이치에 맞지 않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가지 예로 공무원 한명이 뇌물 수수죄로 입건됐다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개인의 삶의 한 부분이지 공무원이라는 집단 전체의 부조리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요즘들어 흔히들 범하는 과오가 바로 한 개인을 그 집단의 전부인양 착각하는 논리가 아닌가 싶다. 한 개인을 그 사회의 전부인양 확대 해석하는것은 명백한 오류중에 하나임을 이 책에서는 진솔되게 다루지 않고 있으며 또한 결국 해결점은 개개인의 노력으로 인한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있는듯하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유토피아적 해결점만 제시해서는 결코 세상을 바꿀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관료주의 적인 사회체제의 문제점에 대해서 논했을때는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부분은 공무원 집단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야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 책에서 주장하는 특이한 내용이 있는데 그것은 지금으로 부터 아주 오래전에는 지금 처럼 명사적 표현이 아닌 동사적 표현이 많았다는 특이한 주장이 있어 옮겨본다.

"(...)조금은 과장일 수도 있지만 오늘날 관용되는 전형적인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정신과 의사와 상담에 임한 한 부인이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었다고 하자. "박사님, 나는 문제를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몇십 년 전이라면 이 환자는 "나는 문제를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분명히 "나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라고 말을 했을 것이다. 이런 현대의 언어양식은 오늘날 개개인이 느끼는 소외현상의 한 증거이다. "나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라는 말 대신에 "나는 문제를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주체적 경험은 배제된다. 경험적 자아가 그가 소유한 그것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나는 나의 감정들을 내가 소유한 무엇으로, 즉 문제로 변형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방식의 어법은 감추어진 무의식적 소외를 드러낸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 아닌가 싶다. 내가 좀더 예전에 태어났다면 이해력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