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왜 반장이 되어야 할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짧은 봄방학까지 지나면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다.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은 늘 설레고 기대되기 마련이다. 한 해 한 해가 새롭기만 한 아이들에겐 더 큰 기쁨일 것이다. 새로운 반을 찾아 복도를 두리번거리다, 새 학년과 반이 쓰여 있는 명판을 확인하면서 수줍음 가득 안고 새 교실 문을 들어설 때의 기분이란.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새 친구들과 담임선생님, 새로 배정받은 번호와 자리, 새 짝꿍, 새 교과서와 시간표…….

새 학기 첫날. 모든 것이 낯선 교실 안에서, 아이들은 전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발견하고 반가워하기도 하고 호감 가는 새 친구에게 설렘을 느끼기도 한다. 이것이 새 학기를 맞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또한 아이들은 올해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지, 친구를 많이 사귀어야지, 과학 실험을 잘해야지 등등 부푼 포부와 계획들을 세우게 된다.

새 학기 교실 풍경을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반장 선거’다. 이 글을 쓰는 나도 학창 시절의 새 학기를 떠올리면 반장 선거 때의 설렘과 기쁨, 아쉬움이 함께 떠오른다.
반장 선거는 학급의 연례행사 중에서 새 학기에 가장 먼저(3월 둘째 주, 9월 둘째 주) 열리는 중요한 행사이다. 반장 선거를 통해 학급 분위기가 이전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바뀌기도 하는데, 그전까지는 반 친구들끼리 낯설어서 데면데면 대하고 의식적으로 행동했다면, 이제는 그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게 된다(반장 선거 전에는 같은 반이었던 친구나 짝꿍, 앞뒤 친구들 몇 명하고만 인사하고 지낼 뿐, 사실 반 아이들 하나하나의 이름이나 특성은 알지 못하고 알 기회도 없다. 그래서 학기가 시작되고 한두 주가 흘러도 반에서는 여전히 약간의 어색함이 흐른다). 바로 반장 선거를 통해 완전히 친근하고 편안한 ‘우리 반’이 되는 것이다. 학급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책임을 다해 학급의 지도자를 뽑으면서 ‘나’에서 ‘○학년 ○반의 우리’가 되고, ‘나’에서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생겨 학급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된다. 다시 말해 학년 초의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바로 반장 선거를 통해 친숙한 분위기로 바뀌면서, ‘즐거운 우리 반’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반장 선거는 단순히 학급 분위기를 친근하게 만들고 학급 구성원 서로가 알게 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선은 학급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선거권을 갖고 참여함으로써 민주적인 선거 과정을 배울 수 있고, 이것은 앞으로 책임감 있는 대한민국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기틀이 되어준다. 더불어 아이들은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공약을 경청하고 비교평가하면서 논리적인 사고와 올바른 비판정신도 기를 수 있다. 진정 우리 학급에 필요한 리더는 어떤 능력과 자질을 갖춰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학급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면서도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친구들의 의견도 함께 존중하고 인정하는 법, 서로 다른 의견과 이해관계 속에서도 토론과 토의를 통해 갈등을 합리적으로 풀어 나가는 방법,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배척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조화로운 민주 시민의 모습을 배워나갈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이것은 분명 반장 선거가 단순히 학급의 연례행사라는 사실을 넘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말해 준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자기들 손으로 자신들의 리더를 선출하고 그 결과를 겸허한 마음으로 따르는 ‘수용’과 ‘타인 존중’의 마음을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민주 시민으로서 익혀야 할 기본적인 소양을 초등학교 시절의 반장 선거가 아이들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많은 엄마들이 내 아이가 반장이 되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아이가 반장이 되면 학급일에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해서 공부에 방해가 되고, 또 반장 엄마가 되면 엄마 스스로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것은 반장 선거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진정 큰 것을 보지 못하는 판단착오이다. 미꾸라지를 잡으려다 대어를 놓치는 격이라고 할까. 아직도 반장을 담임선생님의 업무 보조나 학교일을 거드는 ‘심부름꾼’ 정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반장은 조직의 리더라고 말할 수 있다. 학급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학생들 사이의 문제를 조정해 주고, 민주적인 절차로 회의를 운영하는 진정한 지도자인 것이다. 앞서 강조했듯이 반장 선거는 선거 후보로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만약 아이가 반장에 당선된다면 그에 걸맞은 그릇으로 다듬어지는 것은 물론, 반장으로서 여러 가지 특권과 혜택을 누리게 된다. 다시 말해 반장으로서의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되는 대신 그만큼 여러 권리를 갖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현재 리더십이 부족한 학생이나 미래의 리더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더욱더 반장 선거에 참여하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 아이가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같은 미래의 UN 사무총장을 꿈꾼다면, 아니 그 이상의 열정과 꿈을 지니고 있다면, 학창 시절 반장 선거에서 그 꿈의 싹을 활짝 틔우길 바란다.

- 예담프렌드 『내 아이 리더십, 초등 반장 선거로 결정된다』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