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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위기일까. 아니 어쩌면 계속 위기였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으니 위기를 기회로 착각했는지도. 나는 대학생때만 해도 그렇게 실감을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치나 경제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투표에도 흥미가 없었고, 그것이 나비효과처럼 피부속을 파고드는 아픔으로 느껴지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수면 아래에 있을 때는 그 아래에 어떠한 위험이 있는지 알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사회에 나와보니 생각보다 심각한 현실에 많은 좌절을 했었다. 그리고 그 좌절감을 다잡아 나가는 현재 나에게 한 권의 책이 다가왔다.

#01. 모두가 위기다.

우리는 먼저 모두가 위기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만 위기가 아니라 미국, 유럽, 아시아 모두가 위기라는 점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있어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함으로 포장되어 있는 나라다. 그런데 이 미국이 위기라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미국은 없다. 여기서 눈여겨 볼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우월성 콤플렉스(Superiority Complex)'를 묻는 "미국인은 완벽하지 않지만 미국 문화가 가장 우월하다"는 항목에 동의한 미국인이 49%로 부시 정권하에서 이루어진 2002년 조사 때 동의한 수치인 60%보다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18~29세에 해당하는 미국의 젊은이들은 그 문항에 고작 37%만이 동의했다는 점이다.

미국인은 본인의 야구대회를 월드베이스볼이라고 할 만큼 본인의 문화가 세계적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이 설문조사는 흥미롭다. 미국은 현재 금융과 부동산에서 엄청난 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 파급은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최근에 떠오르는 중국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중국의 경제성장은 미국이나 유럽의 밑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최근에는 중국의 성장률이 주춤하는 것도 미국과 유럽의 영향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모두가 위기다.

#02. 우리는 스스로를 지켜야 할 방화벽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저 모두가 위기라며 손 놓고 있어야 하는가. 당연히 그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는 방화벽을 구축하라는 말과 함께 FTA, 식량주권, 화폐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농사를 하는 부모님을 둔 입장에서 이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식량주권이야말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진정한 주권이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했다. 지금은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나와 굉장히 비슷한 생각을 저자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우리에게 식량주권이 없다는 것은 굉장히 슬픈 현실이다. 외국의 값싼 식량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 지역에 자연재해가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가. 바로 굶어죽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또 다른 면에서 바라보자면 복지제도에 대한 부분을 저자가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사실 미국은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며 우리는 유럽이나 미국의 복지제도를 부러워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복지제도에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보장 복지제도를 이른바 '빈곤퇴치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러한 빈곤퇴치 프로그램은 사회학자 머튼이 말한 '잠재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아무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후에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지면 이들이 본인의 힘으로 일어날 자력을 완전히 잃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되려 우리에게 맞는 자력으로 일어날 수 있는 복지제도가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말했던 부분이 새로운 사실이기도 했다.

#03. 우리는 당당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에게 이러한 문제점이 있으나, 너무 자책하며 스스로을 패배자로 볼 필요성은 없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을 선진국으로 바라보지만 되려 우리가 더 앞선 점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에는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다.

미국의 의료비는 비싸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너무도 좋은 의료시설과 싼 치료비를 지불하기도 한다. 여기서 싸다는 의미는 미국에 비해서말하는 것이다. 사실 미국은 치과를 가지 못해 이가 썩어서 죽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워낙 의료보혐료가 비싸서 일반서민은 의료보험 가입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군대에서나 하는 말로 배가 아프면 빨간약을 바른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그리고 더 충격적인 것이 정치가 되려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더 낫다는 말을 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지만 결국은 설득력이 있는 말이었다. 저자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임기 첫 9개월 간 백악관에 들어와 대통령과 만났던 방문자 가운데 대선 당시 5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사람들 20명의 명단을 확보한 후 내보낸 보도에서 드러났다. [...] 과연 그 명단에는 누가 끼어 있었을까? 카이저 의료보험 회사 회장이나 CEO를 비롯해 의료보험 관련 거물 로비스트들이 줄줄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271>

위의 사실로 보아도 의료개혁법의 단행을 채근했을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이러한 사람들을 비리라며 이슈를 다루지만 그에 비해 미국은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꼼수를 바라보니 미국을 굳이 선직으로 떠 받치고 바라볼 필요성은 없다는 것이다. 되려 우리나라 정치가 제아무리 썩었다고 해도 그 정신은 살아 있다는 점을 인식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모두가 위기다. 우리의 삶은 추격자형 삶이었다. 누군가 해낸 일을 바라보며 추격하며 살아왔던 지난 날들이었다. 선진국이 이루어놓은 일들을 우리가 그저 추격하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었던 과거였다. 하지만 현재는 추격을 할 대상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어느 나라의 정치나 시스템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서와 문제점에 맞는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책을 덮으려는 순간. 차마 덮지 못하고서 멍하니 있었다. 급할수록 본질이다. 그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