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충격을 주는 사진이었다. 황천의 개라는
제목이 떠오르는 대목이니까. 아, 이거로구나. 다시봐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저 먹는구나하는 생각만 조금씩 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맛있게 먹는구나.
내가 살기 위해서 한끼 식사를 하듯이 이들도 그런다. 이들도 살기 위해서
당연하게 한끼 식사를 하는 거니까.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앞부분을 읽으면서는 다소 산만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답답하군.
일본인의 기질일까? 하고싶은 말을 맨뒤에 하는 것은? 모르겠다. 그저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남는다. 만코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11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뒤에 털어놓는 이야기라는데 사실 그 무게와 의미에 대해서는
그다지 심정적으로 공감하지 못하겠다. 물론 당사자가 아니기때문에 그 심각
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지루한 전반부가 지나고
중반부의 인도에서 시체를 태우고 그 과정을 지켜보던 저자가 더 강도높은
장면을 목격하기 위하여 발길을 옮길때부터 이미 충분히 예상되는 광경에
심장의 박동소리는 높아지고 있었다. 이미 이와 유사한 광경을 '자연에 미친
사람'이라는 책을 통하여 봤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이 저자가 얼마후에 어떤
상황에 놓이고 어떻게 그 상황을 탈출할지가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세상에는 참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모험을 감행하는 용기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리고 그 소중한 경험을 이렇게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과도 기꺼이
나누니 얼마나 감사한일인가? 이 부분은 직접 이 책을 봐야 확실히 그
순간을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사진이었다.
얼마나 긴장된 순간이었을지 그 선명하지 않은 연출되지 않은 리얼한
사진의 모습속에서 그 순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 이 사진으로
인해 자신의 목숨을 그 개들에게 내주어야하는 순간에 빠졌다는 것을
모르는 작가의 소명의식에도 찬사를 보낸다. 작가의 그 창작에 대한
본능적인 근성이 아니라면 그 순간에 제정신으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겠는가? 작가들은 때로 작품의 완성도를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내건다는 것을 여지없이 재확인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프랑스 청년의 공중 부유를 확인하기 위해 그들의 집회에 참석
하는 열성과 고발정신은 못말릴정도다. 결국 자신이 구루라고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프랑스인에게 하고싶은 말을 다하고서 그의 제자들에게
실컷 두들겨맞고 온 이야기들은 통쾌함마저 느끼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싶지만 자신의 안위를 위하여 하지 못하는 것들을
저자는 보란듯이 한다. 후지와라의 글을 읽으니까 그의 사진이 보고
싶어진다. 이런 무서움을 모르고 어디든 가버리는 사람이 만든 사진은
어떠한 것일까? 황천의 개를 보고서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이 사람의 사진은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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