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다는 말을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것이다.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서
본 그 모습 그대로 글에서도 선연하게 뛰어다니는 이종룡씨의 모습이 보였다.
영상을 통해서 본 그의 모습에서 참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일하는 방식이나
움직이는 행동 반경이 무척 효율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된 결과를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한눈에 보였다는 것이다. 무작정하는 일이 아니었다.
10년을 했다는 그의 연륜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일을 하는 방식과 움직임은
무척 자연스럽고 어떠한 리듬이 느껴졌다. 그 리듬감은 어떠한 원리를 알고
있고 그 터득된 원리의 법칙에 의해서 조화롭게 연주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 그가 어떻게 그러한 원리를 알게 되었고 터득하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타이밍을 잘 맞추라는 것과 미루지 말고 조금 앞서서 일을 끝마칠
수 있도록 다른 사람보다 먼저 움직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자꾸 궁리하고 연구
하다보면 그 방향으로의 이치가 터득된다. 그 움직임을 보면서 그가 그것을
알았다는 것을 직감했고, 하루 2시간의 잠으로 어떻게 7개의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지 더욱 호기심이 느껴지게 했다. 사람이 어쩌면 마지막으로 통제하기
힘든 영역이 수면의 영역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성철스님이나 혜암스님의
수행과정으로 보게 되더라도 그분들이 수면에 대해서 얼마나 철저하고 엄격
하게 경계를 설정해놓으셨는지 알게 된다.
잠 많이 자면서 수행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불호령을 내리셨던 것을 보면
인간에게 수면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다루기 어려운
대상인지를 실감한다. 혜암스님은 하루 한끼만 드시면서 밤에도 앉아서 수행
하셨던 분이시다. 장좌불와를 하신 성철스님도 계시지만 일관되게 하시는
말씀이 식사를 많이 하면 졸립고 눕고 싶어서 장좌불와도 안되고 수행을
일관되게 오래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가
이 책에서 나온다.
이종룡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새벽에 군산으로 떡배달을 가는데 밥을 먹고
운전을 하면 졸려서 사고가 나기 때문에 밥을 굶고 운전을 한다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 안전운행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역설적이지만 살기 위해서
굶는 것이다. 화면에서 보일러실에서 한시간의 잠을 자고 일어난 이종룡씨의
모습을 통해서 얼마나 단잠을 자고 일어났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숙면을 취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강압적으로 자신을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상황과 환경으로 자신을 내몰고 그 시스템에 자신을 최대한 맞춘다.
그 과정이 10년이 되었다. 그 결과가 몸에 나타나고 다른 사람의 눈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무척 시간관리를 잘하고 그 흐름의 리듬을 타고 흥겹게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화면을 통해서 느껴진다. 산속에서
치열하게 수행을 하시는 수행자나 구도자와 다르지 않다. 도시안의 우리의
살아있는 이웃이고 구도자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신분이나 직업,
업적 그럴듯한 다른 사람들이 내린 평가에 의존하여 사람들을 보고
판단한다. 그것이 맞을때도 있지만 정반대인 경우도 있다. 오히려 그
평판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이다. 판단은 항상 자신
스스로 하는 것이지만 진정성이라는 것은 말을 넘어서 그럴듯하게
보여지는 것을 넘어서 전해지는 무언의 진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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