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을 건강하게 키우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요." 모든 가치의 척도가 돈으로 귀결 

 

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사람마저도 돈으로 보이게 만든다. 저 사람이 걸

 

친 옷은 얼마를 주고 샀을까? 어떤 브랜드일까? 나보다 더 신분이 높은 사람인가?

 

사람 그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으로부터 드러나는 돈의 위력을 가늠한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나의 눈길을 사로잡고 가슴을 움직이게 했던 말이고, 가장 진실

 

된 말이었다. 진정한 건강과 사회에서 요구하고 통용되는 가치와는 서로 일치되지

 

않는다. 저 말외에 다른 말들은 다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는 무용담이다.

 

 

 

 

서두의 말은 프랭크 리스라는 가금류 농장의 농부가 한 말이다. 칠면조들의 아름답고

 

위엄 있는 당당한 자태가 좋았다고 한다. KFC의 닭들은 39일 만에 도축되고, 유기농

 

닭은 생후 42일 만에 도축된다. 유전자를 조작하여 그 이상은 살지 못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옛 유전자를 쓴 백 년 전에 키웠던 새들을 키우고 있다. 그는

 

언제까지 자신의 신념대로 소비자들로부터, 업계로부터 그의 칠면조들을 키우고 지킬

 

수 있을까? 어차피 죽어서 식탁에 올라가면 다 똑같은데 그렇게 애지중지 키워서 뭐

 

할거냐고 되묻는 도축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그는 항상 같은 말을 들려줄

 

수 있을까.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냈고, 독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자신을 장식하지 않았다. 그의 솔직한 일면은 도축장에서의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

 

난다. 가감없이 돼지들을 맨손으로 도축하는 장면들을 목격하고, 현장에서 그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는 마지막에 다정하게 핑크색 햄을 먹으라고 가지고 나오는 일꾼을

 

대면한다. 거기서 묘사되는 그의 심리의 변화들은 작가의 내면세계를 그대로 보여

 

준다. 도축의 현장을 방금까지 보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만들어진 햄을 먹고 싶지

 

않았고, 그렇지만 사회적인 인간사이의 유대관계를 생각한다면 매정하게 거절하

 

기는 난처해서 받아야할 것 같고 결국에 그는 거짓말을 한다. 자신이 코셔이기 때문

 

에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아직은 자신 안의 무언가가 그 햄을 먹고

 

싶어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오래 전의 가족사를 적으면서 채식주의자가 아니었음을 명명한다.

 

그리고 노력을 해봤지만 사회 생활을 하면서 쉽지가 않았음을 실토한다. 사람들의

 

눈치가 안보이는 곳에서는 마음 놓고 고기를 즐겼다고 한다. 그러다가 사랑하는 아기

 

가 생기면서 채식을 하게 되었다는 동기를 밝힌다. 감상적이거나 감정적이지 않은,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의 위치와 입장에서 편견과 치우침 없이 기술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누구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서 썼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최대한 공정

 

하게 보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사진으로 찍듯이 기록하면서, 독자 스스로 읽고 판단하

 

기를 희망하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육성이 담긴 목소리

 

들이 가장 생생한 기록들이고 현실을 바로 알려주는 나침반이기에, 그들의 목소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