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시인의 글에서 시종일관 드러나는 짙게 배인 그만의 낯익은 언어들, 언제나 

 

아련하게 그의 영혼을 관통하는 소재들. 교감. 오히려 소통하지 못하는 현실이 그의

 

사상에서는 이방인이 된다. 슬픔도 뛰어넘어서 아름다운 그늘을 만들어버리고, 그

 

그늘아래서 쉬어가라고 평화로운 눈웃음을 짓는다. 당신의 슬픔이 다른 이에게는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준다고, 슬픔을 아름답게 승화시켜버린다. 역설적인 사고

 

라고 할까, 한면만 바라보고 다른 측면은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는 외눈박이 물고기

 

같은 사람들의 감성을 다독여준다.

 

 

 

인생 동화에 드러나는 수많은 사물과의 대화는 동물, 나무, 꽃, 바위, 문어, 개구리

 

까지 끝도 없다. 아마도 그와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존재는 없다고 보는게 더 이해

 

하기 쉬워 보인다. 다람쥐를 사랑하는 고슴도치의 이야기는 너무 슬프고 무모하지

 

만 사실, 불가능하다고 보지도 않는다. 바위가 나무를 사랑할 수 없을까? 유유히

 

흘러가는 물은 저 푸른 하늘의 구름을 사랑할 수 없을까? 그들은 매일 서로를 바

 

라보면서 어디론가 흘러간다. 평행선을 긋고 가지만 그들에게 서로는 가장 서로

 

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줄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너무나

 

드넓고 변화무쌍하기에, 어제의 생각으로 오늘을 규정하고 단정짓기에는 세상의

 

변화와 흐름이 너무 걸림이 없다. 그래서 시인은 행복하다. 그 어떤 작가보다도

 

자유롭게 세상을 주물럭거려서 자신이 원하는 얘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반박을 하려고 해도 그만큼의 상상력이 따라가 주기

 

못하기 때문에, 그들이 만든 사랑 이야기에 감동을 머금고 만다. 시와는 다르게

 

그의 동화에서는 아직 어색함과 힘이 빠지지 않은 낯설음이 눈에 뛴다. 피라미의

 

약속이나 작은 꽃게의 이야기처럼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한 의도가 너무

 

앞서서, 스토리로 온전히 몰입되기 보다는 그들이 단지 인간을 대신해 등장한

 

대타라는 기분이 들게한다. 메시지는 독자에게 남겨진 빈페이지이고 그안에

 

그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남기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메시지가 없으면 없는대로

 

그 자체가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작가가 그 부분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자유

 

로워져야 한다. 그래야만 더욱 완성도 있고 예술성이 있는 작품으로 독자를 감동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동화에서 정호승시인이 말하는 사랑은 좀 특별하다. 그의 사랑은 무한한

 

버림이다. 상대에게서 받고자하는 마음까지 다 놓아버리고 모든걸 버릴때에야

 

비로소 그 사랑이 완성된다고 한다. 독수리에게 다리를 떼어줘버리고 벼랑에서

 

떨어져 날게된 타조처럼, 그의 사랑은 그렇게 상상력과 한계를 뛰어넘는다.

 

그의 사랑은 한계가 없다. 그의 동화에서 인상에 남는 주인공은 우물안의 개구리

 

였다. 한편의 영화처럼 개구리의 마지막 말이 뇌리에서 울렸다. 우물 밖의 세상이

 

보고 싶은 그는 엄마에게 함께 나가자고 하지만 엄마는 믿지 않는다. 오직 나갔

 

다가 돌아오면 사형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 더 두렵다. 우물밖의 세상에서 원하던

 

꿈을 이루고 가족까지 이루었지만, 엄마를 구출하려고 돌아온다. 잡혀서 결국

 

법정에 서게 되었고, 재판장은 마지막 기회를 준다. 바다는 없고 밖의 세상보다

 

이곳이 더 좋다고 말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눈물을 머금고 "바다는 있고 가끔

 

무지개도 뜬다."고 말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