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역사

지금껏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소비하는 인간’의 역사

저: 설혜심

출판사: ㈜휴머니스트  출판일: 2017년 8월28일

 

연세대 사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는 설혜심씨가 쓴 교양서이다. ‘소비하는 인간’의 역사라고 부제가 붙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근대 초부터 현대까지의 서양을 대상으로 했다. 오늘날 세계문명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제도가 서양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그 자취를 찾아갈 수 있고 또한 그 동안의 연구성과가 축적된 것을 고려하면 서양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자본주의적 신념은 생산과 공급에 관심을 치중하게 만들었다. 소비는 부차적인 것으로 무관심을 받았다. 그렇지만, 경제학이나 사회과학에서는 이렇게 소홀하던 소비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독특한 삶으로 유명했던 미국의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의 ‘과시적 소비’ 개념이라든지 프랑스의 피에르 부르디외, 쟝 보르디야르와 같은 사회학자가 그러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 근현대는 역사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시기였다. 산업혁명이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를 열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전과는 다른 소비의 형태가 이미 이전 시대부터 태동하기 시작했다. 남미 대륙으로부터 시작된 식민지 수탈로 인한 부가 그러한 원인의 배경은 아니었을까? 이러한 변화는 산업혁명 이후 생산력의 급격한 확대, 제국주의적 착취로 인해서 급격하게 확대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배경으로 이 책에서는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가 계속 된다. 중국도자기의 유행과 유럽적 변화, 튀르크 풍 의상의 유행과 같은 해외로부터의 영향. 근대 초부터 시작된 매약과 특허약 시장. 대량 생산되어 판매된 싱어 재봉틀. 세계만국박람회와 수정궁. 성형소비, 애국소비. 우리가 소비라는 개념에 대해서 생각했을 때 생각할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소비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상품일 것이다. 권창규가 2014년에 출간한 ‘상품의 시대’라는 책은 출세, 교양, 건강, 섹스, 애국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우리의 근대를 조명한다. 이 책은 설혜심의 ‘소비의 역사’에서 다루지 않았던 근대의 우리 소비의 일부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삶은 소비하는 삶이 아닌가? 어쩌면 본격적으로 자본주의가 이식된 우리의 근대를 통해서 우리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줄 지도 모르겠다.

 

고도화된 자본주의 경제체제 아래에서 각 개인은 철저하게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한다는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소비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고 윤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한 노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가 사유와 성찰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능동적인 인간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소비의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