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의 삶

‘책고집 최준영’이 전하는 매일아침 인문단상!

저: 최준영

출판사: 푸른영토 출판일: 2017년 10월25일

 

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동사의 삶이라는 독특한 제목에 눈길이 갔다. 동사. 어딘가에 고정되지 않고 움직인다. 역동적이다. 그런 삶. 최준영이라는 분에 대해서도 알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사회인이 되고 똑 같은 업무를 15년 이상 하고 있는 나는 명사의 삶을 살고 있는가?최준영 선생과 그나마 비슷한 점이라면,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하지만 그가 담은 에세이에서 담은 책들의 스펙트럼은 넓고 다양했다.

 

미세먼지가 날리기는 했지만, 4월에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기는 싫었다. 서울숲으로 차를 몰았다. 봄바람에는 아직도 차가운 기운이 그대로 남았다. 햇빛이 비추기는 하지만, 벤치에 앉아 책을 읽자니 다소 쌀쌀했다. 기대도 하지 않았던 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독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동사에 대입했다. 안주하지 않은 삶. 현실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적극적인 삶.

 

그가 온라인에 올렸던 글들을 모아 만든 이 책은 다양한 관심사를 담고 있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수많은 모순들이 그의 마음을 아프게 건드린다. 개인적인 어려움을 통해서 사람에 대해서도 깨닫는다. 인문학은 관계에 대한 학문이라는 그의 말에 공감을 한다. 그러한 무수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나 자신, 타인, 사회와 맞닿아있는 것이겠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명제 아래서 수많은 신기술이 우리 생활에 등장하고 있다. 그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는 극적이라고들 말한다. 빅데이터는 인간이 하고 있는 사고의 역할까지 떠맡을 기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말하지 않던가? 방대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가 우리 삶의 모습을 완벽하게 대변하지 못한다는 사실 말이다. ‘대량살상수학무기’의 작가 캐시 오닐은 ‘데이터 처리 과정은 과거를 코드화할 뿐 미래를 창조하지 않는다. 미래를 창조하려면 도덕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다. 그것은 사고의 기반이 되는 인문학적 소양일 것이다. 김영하는 ‘읽다’에서 독서를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짧은 생물학적 생애를 넘어 영원히 존재하는 우주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 잠시나마 그 세계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독서의 가장 큰 보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라고. 그래서 최준영 선생은 책 읽기의 중요함을 또 이야기하고 이야기한다.

 

문득, 내가 잊고 있었던 자만에 대해서 반성하게 된다. 선생은 현재를 반영하는 우리의 목소리를 주목하라고 한다. 그것은 현대소설이다. 근래에 몇 권의 한국소설을 읽었다. 전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그러나…… 권애린, 김영하, 김훈, 권여선 등을 읽었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회과학 서적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풍성한 서사는 나를 흥분시켰다.

 

나는 계속 읽을 것이다. 나는 계속 조악한 글이라도 쓸 것이다. 나는 고민할 것이다. 비록 그것이 담대한 꿈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동사의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