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현대사

시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우리를 웃게 한다

저: 김영주

출판사: Whalebooks 출판일: 2018년 2월6일

 

26년차 방송작가인 김영주씨가 쓴 이 책을 읽으니 얼마 전에 종영한 MBC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생각났다.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새로운 포맷의 기획을 계속 해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이디어의 고갈로 인한 시청률 하락과 출연자 및 제작진에게도 휴식이 필요했을 터이다. 전설적인 이 예능 프로그램은 그렇게 아쉬움을 남긴 채 우리 곁을 떠났다. 아마 이제는 역사에 속할 터이다.

 

큰 아쉬움은 이제는 사라져버린 우리 나라 예능과 코미디의 역사에 주목할 만도 했다. 물론 김영주씨가 이 책을 쓴 것은 그런 계기는 아니었을 지라도. 문득 이 책을 읽으니, 나 역시 그러한 계기는 아니었지만 우리를 웃게 만들었던 희극의 역사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시작을 일제시대로부터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우리 근대사의 왜곡에 기인한 것이니 아쉽기만 하다.

 

우리나라 희극의 시작을 일제시대의 악극에서 찾기는 하지만, 마당놀이와 같이 조선왕조 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에도 일정한 빚을 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서사중심의 악극, 뒤이어 2부로 공연된 버라이어티쇼. 무성영화의 변사로부터 신불출이라는 인기스타의 만담까지. 라디오 방송을 계기로 시작된 라디오 드라마.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다양한 방식으로 식민지 조선은 문화를 소비했다.

 

해방 후 전국을 유랑한 악극단 출신들로부터 본격적인 희극인이 탄생했다. 코미디언 1세대 트로이카로 불리는 구봉서, 배삼룡, 서영춘이 등장한다. 이들은 슬랩스틱의 대가들이었다. 그래서 김영주는 악극단으로부터 오늘날의 코미디와 예능의 뿌리를 찾았다. 권위주의적 군사정권의 등장과 그로 인한 텔레비전 방송의 시작은 희극 및 예능 프로그램의 발전을 가져왔다.

 

1980년대에는 코미디 콩트가 방송가를 장악했다. 방송국 공채 코미디언이 속속 들어왔다. 서세원, 엄용수, 김형곤, 이성미, 주병진, 임하룡, 김미화, 이봉원, 김한국 등 내게도 익숙한 이름이 등장했다. 유머1번지와 쇼 비디오자키와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80년대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심형래다.

 

코미디 콩트의 인기가 식고, 1990년대에는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라든지 이휘재의 인생극장과 같은 MBC 일밤의 코너가 큰 인기를 얻었다. 한편 1990년대는 토크쇼의 전성기였다. 미국에서 활동한 쟈니 윤이 진행한 쟈니윤 쇼, 그 밖에 서세원 쇼, 이홍렬 쇼 등이 방영되기도 하였다. 또한 공개 코미디인 개그 콘서트가 90년대 말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90년대가 지고 나서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등장한다. 인기 PD인 나영석이라든지 김태호가 등장한 것이다. 1박2일과 무한도전은 큰 사랑을 받았다. 종편의 시작으로 인해서 채널이 다양화되었다. 기존 공중파 방송의 라이벌로 tvN이라든지 JTBC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양한 채널, 보다 세분화된 리얼 버라이어티, 교양과 예능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 예들 들면 김제동의 ‘톡투유’와 같은 프로그램.

 

문득 내 머리 속에서도 떠오르는 수많은 희극인들의 모습. 그랬다. 나는 텔레비전을 통해서 그들을 보고 얼마나 즐거워했던가? 얼마나 웃었던가? 김영주의 책을 읽으며 그 때를 회상해보니 아련했다. 고 김형곤씨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의 대사를 친구들과 농담으로 얼마나 이야기를 했던가. 소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 책이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된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고 그렇게 늙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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