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눈동자에 건배

素敵な日本人(2017)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집

저: 히가시노 게이고 역: 양윤옥

출판사: 현대문학 발행일: 2017년11월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탐정 갈릴레오’라든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든가. 잘 알려진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야기의 전개가 빠르고, 내용이 흥미로워 술술 잘 읽혔다. 대중소설을 쓰는 작가에게 어떤 문학적 성취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대중소설이라는 것은 사실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어야 될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본다면, 그의 소설은 내가 읽었던 책 중을 기준으로 본다면 흠 잡을 것은 그다지 없어 보인다.

 

이 책은 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글을 읽기 전에 추리소설의 대가라는 그의 면모가 드러나는 번뜩이는 단편을 기대했다. ‘10년만의 발런타인데이’,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고장난 시계’ 세 작품은 그러한 기대를 충족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것의 시작은 인간의 욕망이다. 그 욕망의 유혹에 인내하지 못했을 때, 인간은 죄를 저지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정말 사이코패스가 아닌 바에야 그 과정에서 어떠한 실수라도 남기게 된다.

 

‘새해 첫날의 결심’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다. 사회적 기득권을 가진 인간의 뒷모습은 허무하다 못해 초라하다. 경찰서장, 군수 등 등장하는 인물군상을 보면 웃음이 나오면서 서글프다. 이웃나라 일본의 모습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놀랄 만큼 닮아있는 우리의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다쓰유키는 아내에게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 왜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죽어야 해...... 우리도 앞으로 그이들 못지않게 대충대충, 속 편하게, 뻔뻔스럽게 살아보자.’라고.

 

그런가 하면, ‘오늘 밤은 나 홀로 히나마쓰리’는 읽다 보니 딸을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일본에서는 히나마쓰리 때 딸이 있는 집에서는 층층이 쌓은 단에 붉은 천을 깔고 궁중 복식을 한 인형 등으로 꾸며진 히나닌교를 장식한다. 그런데 그 방식이 좀 복잡한가 보다. 교토식이니 도쿄식이니 하니까. 딸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더불어 이미 죽은 아내를 다시 생각하게 한….. 약간 긴 호흡 뒤로 부모의 사랑을 느꼈다고 할까? 그런 면에서 또 다른 단편 ‘수정 염주’도 생각났다.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까? 이 사람이 이런 글도 쓸 수 있구나. 그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고, 그의 추리소설 스타일에 그다지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읽어보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추운 겨울날, 따듯한 커피숍에 고즈넉이 앉아서 이 책을 읽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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