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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

저: 정청래

출판사: 푸른숲 출판일: 2016년 9월30일

평범한 코미디는 이제 식상할 것만 같다. 현실의 코미디가 더욱 웃길 뿐만 아니라 슬프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뉴스가 소설, 드라마, 영화보다도 더 재미있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어떠한 낡은 프레임을 통해서 현실을 미화시켜보고 싶어도, 결국 우리 자존감을 이렇게까지 비참한 지경까지 만든 적은 없다. 웃긴 현실이 코미디 같기도 비극인 것 같기도 한 어정쩡함이 그렇게 만들어진다.

사회를 정의롭게 만들기 보다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서 우리는 선택해왔다. 히틀러가 권좌에 앉을 수 있었던 것도 그에게 투표한 수많은 평범한 독일인이었다. 그러나 암담한 현실을 아무리 중우정치(衆愚政治)라고 폄하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바꿔는 것은 없다. 자본주의 사회의 사회적 기득권은 정치권과 함께 사회적 정의에 대한 갈구를 물질에 대한 욕망으로 대체했다. 그러한 교묘한 술책에 우리는 사색하고 사유할 여유와 자유를 잃어갔다.

그러나 오늘날 이 지저분한 현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암울한 현실은 지금 우리의 자존감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기득권에 의해서 조작된 프레임에서 우리가 깨어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주인공인 네오에게 주었던 빨간 약처럼.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더 이상은.

우민정책의 가장 큰 목적은 시민으로 하여금 정치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회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결코 정치에서 벗어나서 살 수 없다. 그렇다고 스스로 믿을 뿐. 현재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불합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관심과 참여가 전제되어야 된다. 그것이 적극적인 촛불집회 참석이든 아니면 온라인을 통한 활발한 정치토론의 형태이든.

시민의 권리인 투표를 통해서 민주주의와 우리의 자존감을 훼손시킨 타락한 기득권에게 저항해야 된다. 자본주의 아래 경제 사회적 기득권은 평범한 시민의 생활을 담보로 위협을 가한다. 우리 모두가 직업적 선동가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시민으로써 사유에 대한 의무는 반드시 있다. 국회의원이었던 정청래가 '국회의원 사용법'이라는 책을 통해서 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시민을 대표하여 권한을 받은 국회의원을 우리가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그러한 관심을 통해서 그들이 기득권 보다는 이 사회를 지탱하는 평범한 시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한 건전한 토대는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 지난 10년간의 무능력한 권력자들을 견제할 수 있고, 심판할 수 있는 길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가벼운 어조지만, 내용은 무겁다. 일독을 권한다.

국회의원사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