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책들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저: 이동진, 김중혁

출판사: 예담 출판일: 2016년 11월15일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 사람, 공간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김영하의 '읽다'를 보면,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곧 그 사람과 내가 함께 가지고 있는 공통의 경험이 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인간은 하나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가고 그 거대한 이야기에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나는 한번도 이동진의 빨간책방에 대해서 들은 바가 없다. 하지만 그 즐거운 분위기를 상상해본다.

 

두 사람의 대담으로 이루어진 이 책이 어떤 경위로 만들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에 유행하는 인터넷 방송인지 아니면 정말로 '빨간책방'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있고 거기서 나눈 이야기인지. 어떤 형태인지는 요즘 세상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다. 이 책을 읽다가 즐거웠던 것은 내가 읽었던 책도 소개된다는 점. 내가 읽고 느꼈던 것과는 달리 이 두 사람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빨간책방을 하면서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는 소설가 김중혁. 인문학에서 중요한 것은 왜라고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비판적 성찰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책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인 셈이다. 세상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욕망의 충족은 될 지 모르지만 진정한 삶은 아닐 것이다. 안토니오 그람시는 그런 삶을 기생하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총,균,쇠'나 '빌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과 같이 이미 읽은 책도 있었다. 루트번스타인 부부의 '생각의 탄생', 존 그레이의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데이비드 실즈의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이 책을 접하고서 읽고 싶어진 책이다. 나는 이 책들을 읽고서 어떤 질문을 던져볼 것인가? 형이상학적 질문일까? 아니면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 일까? 아니면 작가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가지게 될 것인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여러 다양한 감정을 수반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에게는 흥미로움을, 빌 브라이슨이나 오쿠다 히데오에게는 유머와 유쾌함을 느낀다. 테렌스 데 프레의 '생존자'를 읽으면, 엄숙해지고 인간에 대한 회의에도 빠지겠지? 문득, 이들처럼 나도 함께 책을 읽고 밤 늦게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리워지곤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아려한 그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켰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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