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코다 이발소

저: 오쿠다 히데오 역: 김난주 

출판사: 북로드 출판일: 2017년 1월1일

 

일본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 몇 년 전인가 그의 책을 몇 권인가 한꺼번에 구입해서 읽었던 적이 있다. '인더풀',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 '라라피포'를 그 때 읽었다. 오쿠다가 창조한 괴짜의사 '이라부'는 괴상한 매력을 풍기는 캐릭터였고, 대학로에서는 그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연극 '닥터 이라부'가 공연되기도 했다. 어떻게 보게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대학로에서 그 연극을 보았던 기억도 났다.

 

이라부 시리즈와 한국에서도 영화로 만들어졌던 '남쪽으로 튀어'의 영향 때문인지 오쿠다 히데오는 한국에서는 유머나 코미디 이미지의 소설을 쓰는 작가처럼 여기고 있다. 하지만, '라라피포'를 읽어보면, 결코 웃기거나 가벼운 내용이 아니다. 사회로부터 소외된 일본인의 단면을 인간 심리의 기저에 깔린 섹스를 통해서 무겁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가 유명하게 된 계기가 유쾌한 소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읽다 보니... 속았다. 어느덧 내 머리 속에서도 그는 유머코드가 다분한 대중적 소설가로만 기억되었던 것이다. 출판사의 의도적인 표지뿐만이 아니라 '우울할 때는 오쿠다 히데오를 읽어라'라는 도발적인 문구가 나를 사로 잡았던 것이다. 제목도 왠지 재미있게 보이는 '무코다 이발소'였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이전에 만났던 '이라부'를 기다리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머를 기대하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지금의 일본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 오게 될 우리의 가까운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할 수록 내 마음은 조금씩 무거워져만 갔다. 오늘날 우리는 감각적인 욕망에 사로 잡혀 있고, 미래보다는 현재를 즐기라고 부추기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끊임없는 성장을 거듭하던 시대가 사라지고 이제 흔히 이야기하는 'New Normal'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전 세대보다도 더 지금에 열광한다.

 

불야성을 이루는 화려한 도시를 뒤에 두고서, 쇠락을 거듭하고 있는 지방은 우리가 잊고 싶었던 현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영원한 발전과 성장은 없다는 것, 밝게 빛남이 있으면 새까만 어둠이 그 뒤를 따라온다는 엄연한 사실 말이다. 소설의 무대가 되는 도마자와는 그런 면에서 쇠락을 의미하는 완벽한 상징이다. 하지만 오쿠다 히데오는 몰락만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도시의 화려한 빛 속에서 불타 사라진 인간의 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번잡하고 좁은 인간 관계 속의 지방, 도마자와 같은 지역은 단점도 많지만, 쇠락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서로 노력하고 있다. 그것만으로 결코 충분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소설의 마지막에 도쿄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수배 중인 슈헤이가 죗값을 치르고 이후에 고향에서 다시 인생을 시작하고자 했던 것도. 그것을 따듯하게 감싸줄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힘은 아니겠는가.

 

 

 

무코다이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