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에 관하여

On Immunity

저: 율라 비스 역: 김명남 

출판사: 열린 책들 출판일: 2016년 11월25일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기행에 가까운 행동이나 말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 것은 당연할 일이다. 그런 가운데 자폐증이 백신 접종으로 인해서 발생했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함으로써 다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내 입장에서는 백신접종으로 인한 위험성보다는 백신 미접종으로 인한 위험이 더 크고 중대하다고 생각한다. 백신이 역사를 통해서 수많은 인명을 구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자명한 사실 앞에서 왜 백신접종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는 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사이비 과학에 경도된 멍청한 인간들이라는 경멸감이 들었다. 특히나 이 책에서 언급된 자연적 면역 획득을 명분으로 하는 수두파티와 같은 정신 나간 행동은 법과 강력한 처벌로 다스려야 되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다. 개인의 자유를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미국과 같은 서구국가에서나 있는 일로 믿었다.

 

하지만, 내 눈을 의심하게 하는 기사들을 여럿 발견했다. 국내에서도 이른바 '자연주의 육아'라는 미명으로 아기들을 일부러 수두에 걸리게 하는 부모에 대한 글을 읽은 것이다. 그러나 아기들을 고통에 빠뜨리게 하는 이러한 행위는 부모라고 할지라도 공동체나 사회에서 금기시해야 될 일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우리를 괴롭혔던 여러 역병을 성공적으로 억제했다. 그러한 가운데 백신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율라 비스는 아들을 낳고 육아를 하게 됨에 따라서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당사자로써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근대 부유층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백신접종이 이루어졌던 데 비해서 오늘날 부유한 세대가 백신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타자를 오염된 존재로 규정하고 내적인 차별을 강화해나간다. 그렇지만 백신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은 미접종 비율이 어느 수준이 되면, 그 효력을 잃게 되고 그로 인해서 공동체 전체가 위험에 빠진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 <자연적으로> 감염성 질병에 대한 면역을 발달시키도록 만든다는 발상에 매력을 느낀다. 그 매력은 백신이 본질적으로 부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믿음에 의지한 바가 크다. 그러나 백신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중간적 장소에 속하는 물질이다." 또한 이렇게 썼다. '우리는 모두 오염된 존재이다... 우리는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이어져 잇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도'

 

율라 비스는 백신접종에 대해서 찬성하고 있지만, 자신의 책에서 일방적으로 자기의 주장을 밀고 나가지는 않는다. 그녀는 백신접종을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의견도 보듬어서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믿음은 잘못된 의학적 의견과 근거 없는 믿음에 토대를 둔 경우가 많다. 우리 스스로가 남과 연결된 존재라는 의식과 관대함을 가지고 있다면, 백신접종을 거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관련 주제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면역에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