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20년이 던지는 경고

한국경제,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

저: 타마키 타다시

출판사: 스몰빅인사이트 출판일: 2016년 12월12일

 

일본경제신문 서울 지국장을 지낸 지한파인 타마키 타다시가 쓴 책이다. 부제에서도 나왔듯이 일본경제는 '잃어버린 20년'이라고 일컬어지는 버블 후 장기간 불황에 시달렸다. 이러한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서 일본정부는 환율정책과 유동성 공급을 통한 인플레이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단기간 발전하는 반면, 일본경제는 이러한 디플레이션으로 인해서 고통받으면서, 두 나라의 격차는 줄어들었다. 일본은 여전히 경제강국이지만, 이제는 일부 산업부분에서는 한국이 앞서기도 한다.

 

식민시대를 통한 패배감은 한국경제의 빠른 성장으로 보상받은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러한 만족감은 이제 다소 공포감 섞인 걱정과 우려로 변하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우리를 피하고 지나가지 않으리라는 상황이 그것이다. 한국경제를 선행하는 일본경제의 과거 경험들로부터 성공, 실패, 시행착오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앞으로 걸어갈 길이 일본과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비슷할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부동산 투자를 통해서 부를 늘려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긴 것이 전세라든지 권리금 같은 제도들이다. 그러나 인구학적 추세를 조금이라도 살펴본다면, 근래 부동산 시장의 높은 가격은 버블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 개인적인 경험에서도 1991년 구매한 아파트가 7년만에 60% 이상 폭락했다. 그 이후로 일본의 부동산은 버블경제 수준으로 결코 회복하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에 몰린 가계부채와 다음 세대가 부동산을 구매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본다면, 부동산의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도쿄의 생활물가는 어떨까? 교통비와 월세와 같은 비용은 확실히 일본이 한국보다 비싸다. 하지만, 일반적인 물가를 보면 도쿄보다 서울이 체감적으로 더 높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공급자 위주의 경제구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일본의 물가는 버블 경제 시대에는 세계 최고를 기록했지만, 이것은 공급자 중심의 경제구조로 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일본 경제는 이제 소비자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저자가 지적한 내용 중에서는 나 역시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법인경제'와 '서민경제'의 2개의 경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법인카드의 사용이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요인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것이 그 내용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복잡하게 얽힌 갑을관계와 인간관계가 이러한 광범위한 법인카드 문화를 만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법인경제로 인해서 수급에 따라 내려가야 할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만든다고 말한다. 김영란법으로 한국사회가 새롭게 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고 있으나, 우리 사회에서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서 제대로 된 준비를 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일본은 세계의 국가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령화 사회이고, 우리보다 앞서서 고령화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미래는 현재의 연장선이 아니다'라고. 고령자가 되면,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가 없는가가 관건이고, 그래서 연금이 중요하다. 또한 이러한 연금생활에 들어가기 전에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디플레이션은 일본을 20년 이상 괴롭히고 있는 문제이다. 이는 물가, 주가, 부동산, 임금이 더 이상 오르지 않는 상황이며, 저성장의 악순환이다. 저자는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불황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 위기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인이 위기의 만성화 상황에서 익숙해져 버린 10가지 착각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1) 경제 정체는 일시적이라는 생각

2) 과거의 성공 경험과 법칙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생각

3) 누군가 다른 사람이 위기를 타개해 줄 것이라는 생각

4) 누군가 책임을 질 것이라는 생각

5) 자신의 회사만큼은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

6) 자신의 세대까지는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

7) 좋은 상품을 만들면 팔릴 것이라는 생각

8) 고령화 사회는 먼 미래라는 생각

9) 그래도 일본은 특별하다는 생각

10) 나는 남에 비하면 상황이 낫다라는 생각

 

그러나 이러한 불황 속에서도 기회는 있다. 결국 현재의 상황에 맞춰서 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저자는 일본기업 중에서 이러한 불황을 극복한 회사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후지필름, 토요타, 소프트뱅크, 세븐일레븐, 파나소닉, 히타치, 이토추, 토레이, 브리지스톤, 구보타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이 완벽하게 한국경제의 미래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이에 대한 대비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 그렇지만 이러한 불황에서도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는 저자의 조언은 공감되는 부분이 무척이나 많았다고 해야 될 것 같다.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선대인씨 책하고 같이 읽어도 될 듯 싶다.

 

 

한국경제, 돈의배반이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