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드의 영역

저: 쓰쓰이 야스타카 역: 이규원

출판사: 은행나무 출판일: 2016년 12월20일

 

쓰쓰이 야스타카의 소설을 직접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원작을 배경으로 해서 만들어진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애니메이션으로 본 적이 있다.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이야기라서 영화를 본 이후로 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내용이 기억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상상력이 매우 풍부한 젊은 작가가 최근에 쓴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읽은 이 소설의 저자와 동일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소설의 작가 소개를 읽자니, 1934년생 나이가 많은 작가다. 이번에 출간된 '모나드의 영역'이 아마도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SF 3대 거장이라고 불렸고,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대중적인 작품을 많이 썼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아서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문득, 그의 인생을 소개하는 글을 읽다 보니, 그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것은 상상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상상력은 젊은 사람에게 풍부하기도 하지 만, 나이가 든 사람에게도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닐까.

 

갑자기 발견된 여성의 토막 난 팔과 손. 그리고 우연하게도 여성의 팔과 손을 완벽하게 재현한 바게트. 미대생과 교수에게로 스며든 낯선 존재.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미래까지 완벽하게 예언하는 그는 그저 단순한 사기꾼일까? 아니면 우리와는 다른 차원이 높은 존재인 것인가? 독자는 쓰쓰이 야스타카가 깔아둔 수많은 미스터리를 마주한다. 궁금증은 더해지고 흥미는 높아져가게 된다.

 

하지만 흥미롭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유이노 교수로 스며든 존재의 장황한 이야기로 인해서 반감되고 만다. 왜 이러한 서술이 필요했던 것일까? 아마도 이런 것은 아닐까. 즉, 인간이 사유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형이상학적 존재에 대한 궁금증과 갈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인간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그것이 역사적 흐름에 영향을 주었다. 어쩌면 쓰쓰이 야스타카는 그러한 노정을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솔직하게 말한다면, '모나드의 영역'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친절한 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했지만, 장황한 서술의 과잉이 몰입을 방해했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굳이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이해되지 않는다면, 이런 이야기도 한다는 것을 염두 하면 된다.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모나드의영역